[사라지는 은행, 흔들리는 지방④] 지역자금 역외유출, 지방경제 피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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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은행, 흔들리는 지방④] 지역자금 역외유출, 지방경제 피 마른다

투데이신문 2025-06-16 10:55: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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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석유화학단지 전경. [사진=울산광역시]
울산 석유화학단지 전경. [사진=울산광역시]

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 현상이 맞물리며, 지방 경제의 위축은 단순한 추세가 아니라 구조적 쇠퇴로 빠르게 굳어지고 있다. 이에 지역경제의 혈맥 역할을 해온 지방은행 역시 산업과 인구가 빠져나가며 대출 수요는 줄고, 예금 기반은 약화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의 빠른 확장세는 지방은행의 기존 우위를 빠르게 허물고 있으며, 디지털 금융 전환의 파고는 지방은행의 고유한 지역성마저 흔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은 지방은행의 현실을 진단하고, 지역 금융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생존 전략을 4회에 걸쳐 살펴본다.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지역에서 벌어들인 돈이 다시 지역을 위해 쓰이지 못하고 수도권 등 외부로 빠져나가는, 이른바 ‘역외유출’이 지방경제의 새로운 위기로 떠오르고 있다. 호남권을 비롯해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강원은 물론, 부울경 등 동남권에서도 지역 자금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며 산업 활력과 일자리가 함께 줄어들고 있다. 

지역금융 부재, 중소기업·지역주민 자금난 가중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강원 등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내에서 발생한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역외유출’ 현상이 심각하다. 

16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지난해 발표한 ‘충남지역 소득 및 소비 역외유출 현황과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충남의 역외유출은 45.3%를 기록했다. 작성자인 경제조사팀 김성수, 이상원 과장은 KTX·SRT·고속도로 등 교통 인프라 발달에 의해 서울 및 접근이 용이한 인접 지역(인천, 세종 및 대전 등)으로의 유출이 두드러졌다고 짚었다. 

같은 기간 ‘강원 지역소득의 역외유출 분석 및 시사점’에서 이시은 조사역은 “지역소득 유출이 더욱 악화되는 경우 지역 경제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2022년 기준 소득 유출입에 따른 강원지역 내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 역내 근로소득 1% 추가유출은 강원지역의 경제성장을 약 △0.3%포인트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역에서 벌어들인 돈이 역외유출됨에 따라 지역 경제 역시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2023년 전국 17개 시도 중 7개 지역(전남, 충남, 울산, 경북, 충북, 경남, 강원)에서 순유출이 발생했으며 강원지역의 1인당 순유출 규모는 약 128만원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지역에서 벌어들인 소득과 자금이 지역 내에서 다시 투자·소비되지 못하고 수도권 등 외부로 유출되면,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진다.

강원연구원 황규선 연구위원은 “지역생산 역외유출은 ‘생산→분배→지출’의 지역경제 선순환구조 파괴, 생산비용 부담과 분배된 소득의 과실 향유 간 불일치로 인한 형평성 문제 야기, 지역주민의 소득 체감도 저하로 인한 박탈감 증대, 지역 간 소득·경제력 격차 심화로 국가 균형발전의 근간 훼손, 지역경제 및 산업정책의 기조와 우선순위 설정 오류로 인한 정책 실효성 저하 등 여러 문제를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소득 역외유출의 상당 부분이 근로자의 직주분리, 단신 부임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양호한 정주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짚었다.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에서는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시중은행, 비은행 금융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지역 내 투자와 소비가 줄며, 자금 유출이 더욱 가속화된다.

강원·충청 등은 지역 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외부로 빠져나가고, 지역경제의 자생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역 기반 무너진 금융 생태계

지방은행이 있는 호남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등 동남권 역시 자금 역외유출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중은행·인터넷은행의 전국 영업 확대, 수도권 본사 집중, 지역금고 경쟁 격화 등으로 지역 내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지역 주력산업의 쇠퇴, 청년 유출,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지역 내 자금 순환이 약화되면서, 지방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

중앙대 경영학과 여은정 교수는 “교통 인프라가 발전되면서 지역의 인재나 소비가 전부 수도권으로 흡수되는 빨대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금융이 확산되면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금융 업무의 디지털 전환이라든지 모바일 뱅킹 강화를 위해서 투자를 많이 늘리는 등 이 부분에 굉장히 집중하는데 지방은행은 자산 규모도 적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투자를 충분히 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과거에 지방은행은 지역민들의 충성도에 근거해서 핵심 예금을 확보하고 그에 기반해서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상황이었는데 최근에는 이런 소비자의 충성도가 약화되면서 경쟁력 확보에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부연했다. 

여 교수는 “일본에서는 지방은행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수도권에 있는 메가뱅크들이 지역에 신규 점포를 개설하는 걸 매우 까다롭게 통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한재준 교수는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금융을 지원하는 기관이 있어야하기 때문에 지역 금융기관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교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과의 지속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방 소재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거나 공공기관이나 대학의 주거래 은행 선정 시 지방은행을 우대하도록 정부가 방침을 바꿔주면 좋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지역 중심 산업 육성, 금융의 역할 커진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부울경을 중심으로 ‘동남투자은행’ 설립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 “부울경 산업의 경쟁력 회복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해양수도 부산에 동남투자은행(가칭)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남투자은행은 중앙정부·부울경 지자체·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이 약 3조 원의 자본금을 공동 출자해 설립하는 국책 정책금융기관이다. 대규모 정책기금을 운용해 조선, 자동차, 부품소재, 재생에너지 등 지역 주력산업에 자금을 투자·융자하며, 인프라 조성, 청년 일자리 확대 등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 논란의 대안으로, 수도권 집중 금융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 맞춤형 금융 지원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남투자은행 설립에 대한 지역사회 기대가 크지만 실질적 자금 동원력, 기존 국책은행과의 역할 조정, 지역 내 실효성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지역자금 역외유출 문제는 단일 금융기관 설립만으로 해결되기 어렵고, 지역 재투자 활성화, 정주 여건 개선, 가치사슬 강화 등 종합적 정책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 

충남대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동남투자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지역산업정책과 지역 금융정책을 같이 해서 중장기형 산업을 지역에 일으켜 일자리도 많이 만들고 수도권으로 몰려간 젊은 사람들도 불러오고 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은 강영대 노조위원장은 “정부에서는 지방의 산업 정책을 우선적으로 두고 거기에 대한 공적 개발 금융이나 지역 금융기관을 활용한 개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산업노조 김형선 위원장은 “공공기관이 지방에 내려갔을 때 그 지방에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라는 역할을 부여받고 내려갔음에도 지역 경제와 관련된 어떤 역할도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에서 이런 부분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해줘야 지방은행들의 성장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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