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컬럼비아대 불임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이용해 무정자증(정액을 검사했을 때 정자가 보이지 않는 상태) 환자의 정자를 찾아 임신에 성공한 사례가 보고됐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각) 미국 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이번 임신 성공 사례는 센터장인 제브 윌리엄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개발한 'STAR(Sperm Track and Recovery·정자 추적 및 복구)' 시스템 덕분에 가능했다. STAR는 정액 샘플에서 극소량의 정자를 인식하고 추출할 수 있도록 설계된 AI 기반 기술이다.
정액 속에서 정자를 찾아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윌리엄스 박사는 "무정자증 남성의 정자 샘플은 육안으로는 정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현미경 검사 결과는 다르다"며 "이 때문에 고도로 훈련된 기술자들도 샘플에서 정자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STAR 시스템은 천체물리학자들이 AI를 활용해 새로운 별과 행성을 찾아내는 접근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다. 윌리엄스 박사는 "수십억 개의 별로 가득 찬 하늘에서 새로운 별이나 별의 탄생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도 수많은 세포들 속에서 특정 정자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며 "STAR는 극히 희귀한 정자를 찾아내도록 훈련됐다"고 말했다.
STAR는 정액 샘플을 미세한 칩을 통해 흘려보내고, AI가 정자를 감지하면 해당 영역을 자동으로 분리해 수집한다. 수집된 정자는 냉동 보관하거나 바로 체외수정(IVF)에 사용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약 1시간 안에 800만 개 이상의 이미지를 스캔해 정자를 찾을 수 있다. 숙련된 기술자들이 이틀 간 정자를 찾지 못했던 샘플에서 STAR는 한 시간 만에 44개의 정자를 찾아냈다고 한다.
STAR를 이용해 임신에 성공한 첫 번째 사례는 올해 3월 임신한 로지(가명) 부부다. 이 부부는 19년 간 임신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으나 매번 실패했고, 15번의 IVF도 효과가 없었다. 남편의 무정자증을 해결하고자 해외 전문가까지 초빙해 정자를 찾으려 했지만 성과가 없었고, 약물 사용도 검토했으나 정자의 질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포기한 상태였다. 로지는 "더 이상 시도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부부는 지역 사회를 통해 윌리엄스 박사의 불임 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STAR는 그들의 마지막 희망이 됐다. 부부에 대한 불임 프로그램은 별도의 추가 검사나 절차 없이 기존 IVF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됐고, STAR로 수차례 샘플을 분석한 뒤 정자를 냉동 보관했다.
난자 채취 당일에도 새로운 정액 샘플에서 STAR을 통해 신선한 정자를 확보했고, 불과 두 시간만에 수정에 성공했다. 로지는 "이전과 같은 절차였기 때문에 별 기대 없이 진행했는데, 결과를 들었을 땐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임신 4개월 차에 접어든 로지는 정기적인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며 순조로운 임신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아침에 눈을 떠도 아직도 꿈같다. 초음파 사진을 볼 때마다 이제야 내가 임신했다는 걸 정말 믿게 된다"고 했다.
윌리엄스 박사는 무정자증은 AI가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불임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지금껏 우리가 알지 못했던 불임의 원인들이 AI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며 "앞으로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말을 듣던 부부들도 건강한 자녀를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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