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정부가 야심차게 시작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동해 울릉분지 시추 탐사의 내년도 예산이 0원으로 책정된 게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에 제출된 2026년도 예산 제안서에서 동해 시추 관련 정부 지분 예산은 전액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일본과의 해상 경계 분쟁 가능성이 존재하는 남해 7광구 인근 해역의 탐사 예산은 세 배 이상 증액돼 71억5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전체 해외 자원개발 사업 예산은 총 109억1000만 원으로 2023년 301억 원, 2024년 481억 원과 비교하면 현저히 감소한 수치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해 시추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정치적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우선순위를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추진됐던 '대왕고래' 사업이라는 점이 부담이라는 설명으로 해석된다.
지난해까지 동해 울릉분지는 '광개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추가 진행됐던 곳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6월 인근 일대에서 7개의 유망 구조를 확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 구조의 지질학적 탐사 성공률(GCOS)은 18~20%로, 글로벌 유전 개발 사례 중 하나인 가이아나 리자-1 유전(16%)보다 높은 수치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지난 2월 산업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예상보다 훨씬 실망스러운 1차 시추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산업부는 "가스 징후가 발견되긴 했으나 가스포화도 측면에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2차 시추는 다른 유망 구조로 전환할 예정이었으나, 정치권의 반발 속에 탐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두고 "국민을 기만한 대사기극"이라고 비판하며 497억 원에 달하는 이번년도 시추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대왕고래보다 7광구 개발에 힘쓰는 이재명 정부
다만 자원개발 전문가들은 정권 교체와 동시에 정부 프로젝트 중단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성공 확률 20%는 다양한 지질학적 가정을 바탕으로 한 수치"라며 "이러한 가정의 타당성을 검증하려면 추가 시추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남해 분지 5광구와 6-2광구에 대한 집중 탐사 자금을 확보했다. 이는 일본과 체결한 7광구 공동개발 협정이 2028년 종료될 수 있다는 점에 따른 전략적 조치다.
해당 협정은 1978년 체결됐는데 양국 중 어느 한쪽이 종료 3년 전인 2025년 6월 22일까지 협정 종료를 통보하면 자동 종료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깃발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 협정 해역 인접 지역 탐사를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자원개발 업계 관계자는 "주변국과의 자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데이터 확보가 핵심"이라며 "정치적 셈법이 아닌 장기적 안목으로 해저 자원 탐사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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