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회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계절로 꼽힌다. 기온이 오르면 바다 수온도 함께 높아지고, 수온 변화는 어류의 먹이 활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통통하게 살이 오른다. 그 덕분에 여름철 생선은 살이 단단하고 육질에 기름이 적당히 올라 맛이 깊다.
하지만 여름에 먹는 회는 그만큼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뙤약볕에 노출된 음식은 상하기 쉬운데, 회는 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먹는 만큼 상온에 오래 두면 금세 부패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뜨거운 바람과 직사광선은 회의 온도를 높여 단백질을 변성시키고, 이 과정에서 유해 세균이 번식해 강한 독소를 만들어낸다. 회를 통해 식중독이 유발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여름에는 장염비브리오균, 황색포도상구균 같은 세균이 활발히 증식해 더욱 위험하다.
이때 함께 먹기만 해도 식중독 위험을 줄여주는 식재료가 있다. 바로 '고추냉이'다. 고추냉이는 단순히 매운 맛을 더하는 부재료가 아니라, 실제로 강력한 살균 성분을 지니고 있어 회를 먹을 때 반드시 곁들여야 할 음식이다.
고추냉이 속 매운맛이 가진 살균 효과
고추냉이는 톡 쏘는 매운맛과 알싸한 향이 강해 생선회나 초밥을 먹을 때 자주 곁들이는 식재료다. 이런 강한 향과 자극적인 맛은 '알릴이소치오사이아네이트'와 '메틸치오알킬이소치오사이아네이트'라는 성분에서 비롯된다.
이 두 성분은 탁월한 살균력을 갖고 있는데, 화학 소독제인 페놀보다 최대 100배 강한 살균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생선회를 먹을 때 고추냉이를 함께 먹으면 생선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유해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고추냉이의 살균 효과를 입증한 연구도 있다. 전남대학교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식품화학'을 통해 고추냉이의 성분을 활용해 상추에 남아 있는 세균을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다만 고추냉이를 과도하게 많이 섭취할 경우 위 점막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항상 적당량만 섭취하는 것이 좋다.
매실장아찌도 살균 작용에 좋다
고추냉이 외에도 매실장아찌를 함께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에 풍부한 유기산은 산도가 높아 위 속에서 강한 살균 작용을 한다. 생선회를 먹고 체하거나 속이 더부룩할 때, 매실장아찌를 곁들이면 소화를 돕고 장 내 유해균도 줄이는 데 효과를 낸다.
다만 위산이 과다한 사람, 평소 속쓰림이 잦은 사람이라면 매실 섭취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식중독 뿐만 아니라 수은도 주의해야
세균성 식중독뿐 아니라, 생선 속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도 함께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어류에는 적은 양의 수은이 함유돼 있다. 문제는 이 수은이 체내에 누적될 경우 '화학성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화학성 식중독은 수은, 납, 비소 같은 중금속이나 농약, 식품첨가물 등 화학 물질로 인해 발생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기억력 감퇴, 두통, 탈모 등이 있다. 특히 임산부는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데, 수은이 태아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를 먹을 땐 참치나 황새치처럼 수은 농도가 높은 어종보다는 광어나 연어, 명태처럼 비교적 수은 함량이 낮은 생선을 선택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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