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한국 창작 그림책이 일본의 대형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의해 영상화됐다.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이례적인 흥행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얻고 있다. 단순한 ‘수출’이나 ‘로컬화’ 수준이 아니다. 이는 K-콘텐츠 IP 산업 확장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읽힌다.
'알사탕'의 핵심은 ‘서사력’이다. 한국적인 정서, 섬세한 감정 표현, 그리고 보편적인 성장 서사는 일본 관객에게도 깊은 공감을 안겼다. 이는 콘텐츠 산업에서 하나의 IP가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출판물이 원작인 '알사탕'은 영상화를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이는 최근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IP 전략, 즉 원소스 멀티유즈(OSMU)의 교과서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제작을 맡은 일본의 토에이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외주 제작이 아닌, 한국 그림책의 감성과 메시지를 직접 해석하고 재구성했다. 한국에 체류하며 원작의 분위기를 이해하고 문화적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은 과거와 다른 ‘수평적 협업’ 구조의 시작을 의미한다.
과거 한국 콘텐츠가 단순히 일본 플랫폼에 방영되거나 수입되는 수준이었다면, '알사탕'은 일본 측이 먼저 원작에 접근하고 재해석하는 콘텐츠 공동 기획의 구조를 보여준다. 이는 아시아 콘텐츠 시장의 협업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백희나 작가는 이미 '구름빵'으로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알사탕'의 성공은 단순히 작가 개인의 인기를 넘어, 한국 그림책 자체가 글로벌 IP로 기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다.
유아 및 아동 콘텐츠는 지속적 수요와 교육적 가치를 지닌 산업군으로, 영상화·게임화·굿즈화 등 다양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이번 사례는 한국 창작동화가 출판 시장을 넘어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경쟁력 있는 자산임을 입증한 것이다.
토에이 애니메이션은 '알사탕'에 이어 한국의 액션 웹툰 '고수'를 애니메이션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혀 결이 다른 두 콘텐츠가 선택됐다는 점은, 일본 업계가 한국 IP를 단일 장르가 아닌 다양한 스펙트럼의 가능성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곧 K-콘텐츠가 웹툰, 그림책, 드라마, 게임 등 장르를 넘나드는 IP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미국, 유럽에서도 한국 웹툰과 동화 IP에 대한 투자와 협업 제안이 활발해지고 있다.
알사탕은 단순한 ‘해외 진출’ 콘텐츠가 아니다. 한국의 작은 그림책 한 권이 어떻게 감성으로 세계를 움직이고, 산업적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다.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의 경쟁력은 결국 ‘이야기’에 있고, 알사탕은 그 이야기가 국경을 넘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제 중요한 건 이 흐름을 일시적 ‘성공’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로 전환하는 일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은 지금, 조용하지만 분명한 변곡점에 서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knewscorp.co.kr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