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더봄] 보이차를 어떻게 우려 마셔야 맛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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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더봄] 보이차를 어떻게 우려 마셔야 맛있을까?

여성경제신문 2025-06-14 13:00:00 신고

차를 음료수로만 대하면 그저 뜨거운 물을 부어내려서 마시면 그만이다. 이렇게 차를 편하게 우려 마시는 걸로 시작해서 습관으로 가져가는 게 일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다음은 찻그릇을 써서 차를 우려도 번거로운 생각이 들지 않으면 이 단계로 진입한 걸로 봐도 좋겠다. 이 단계에 들어가면 선택의 갈림길이 펼쳐지게 된다.  

차를 차로 대해서 마시게 되면 어떤 차? 다기는? 찻물도 차 맛에 영향을 많이 준다던데? 등등 선택하는 기준이 궁금해지게 된다. 그래서 차를 우리는 데 필요한 요소를 선택하는 기준을 스스로 가지게 되었다면 삼 단계에 이르렀다고 봐도 좋겠다.

그렇지만 삼 단계부터는 개인의 취향에 달렸다고 할 수 있으니 지금은 관심을 따로 가지지 않아도 좋다. 아무튼 다기를 써서 차를 우려 마시기 시작하면 궁금한 점이 슬슬 나오게 된다.

찻자리에 있어야 할 세 가지, 차·다기·찻물     

찻자리에 필수적으로 있는 세 가지는 무엇이 있을까? 차와 다기, 그리고 찻물이다. 사실 이 세 가지를 제대로 고를 수 있으면 그 단계는 고수의 위치에 근접해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차를 고르는 걸 가장 먼저 배우게 되지만 다기와 찻물은 그 심도(深度)가 전문적이거나 감각적인 접근으로 다다르게 된다. 그러니 차를 어느 정도 마신 분은 찻자리에 앉아 차 판 주변을 살피면 팽주(찻자리에서 차를 끓여 손님에게 내어 놓는 사람)의 차력(茶歷)을 대강 간파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분들은 다기를 써서 차를 우리는 이 단계로 진입하는 게 관건이다. 그러니 다기나 찻물까지 골라 가면서 차를 우리기까지는 아마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사 단계, 오 단계라 할 만큼 깊이를 가진 고수분들은 아주 단출한 다구를 갖추고 차 생활을 하고 있다. 찻자리 근처가 번잡하다고 할 만큼 갖춘 게 많으면 아직 삼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보면 어떨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좋은 습관으로 차 마시기 만큼 좋은 게 있을까? 차 마시기를 습관으로 만들려면 차를 간편하게 우릴 수 있는 표일배를 쓰는 게 좋다. 매일 차를 마시는 습관을 가지게 되면 차 생활의 첫 단계에 올라섰다고 할 수 있겠다. /김정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좋은 습관으로 차 마시기만큼 좋은 게 있을까? 차 마시기를 습관으로 만들려면 차를 간편하게 우릴 수 있는 표일배를 쓰는 게 좋다. 매일 차를 마시는 습관을 지니게 되면 차 생활의 첫 단계에 올라섰다고 할 수 있겠다. /김정관

차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차는 물론이고 다기나 찻물을 골라 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차 생활의 우선순위로 보자면 첫 번째는 차, 두 번째가 다기이고 마지막에는 찻물이라 할 것이다. 내가 마실 차를 선택하는 게 쉽지 않은 건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때에는 찻값이 저렴하다고 많이 구입하기보다는 종류를 다양하게 갖추는 게 좋다. 다기는 차 생활이 익숙해지면 내 손에 맞아 쓰기 좋은 것으로 구입하면 되겠다.  

차나 다기는 차 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구입하게 된다. 아는 만큼 구입하면 시행착오를 줄이게 되지만 보는 대로 욕심이 생기는 걸 억제하기 어렵다. 잠깐 긴장이 풀려 경계심을 늦추게 되면 내 것이 되어 있어 후회하게 된다. 찻자리에서 고정된 건 차 생활을 하면서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

같은 차, 같은 다기를 써서 우려도 차 맛이 다른 이유   

찻자리에서 고정된 것을 가지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나오는 결과는 흥미진진하다. 우선 한 번 우릴 건차의 양을 차호나 개완의 크기에 맞게 정해야 한다. 혼자 마실 때 찻그릇의 용량은 100cc 이하로 하는 게 좋다.

찻그릇 100cc 기준에 차의 양은 4g 내외로 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춰 물을 가감하면 되겠다. 내 입맛에 맞는 기준을 정해두지 않으면 일정한 차 맛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이차는 긴압차라서 차 칼로 떼어낸 양을 눈대중으로 가늠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꼭 주방용 저울로 계량해서 건차의 양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차호 용량과 건차 양의 상관관계는 간 맞는 차를 마시는 요령이라 할 것이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간에 맞는 차를 우려낼 수 있어야 그 차의 진정한 향미를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기를 써서 차를 우리는 데 아무런 부담이 없어졌으면 이미 이단계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다기를 다루는 일은 번거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 다기가 점점 늘게 되는데 심미안을 갖추어 무작정 구입하는 걸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 /김정관
다기를 써서 차를 우리는 데 아무런 부담이 없어졌으면 이미 이 단계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다기를 다루는 일은 번거롭기도 하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 다기가 점점 늘게 되는데 심미안을 갖추어 무작정 구입하는 걸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 /김정관

차호 100cc 기준에 건차 4g이 기준이라고 보고, 3g을 넣어 시간을 두어 내리는 것과 5g을 넣고 바로 내리는 건 어느 쪽이 향미가 좋을까? 내가 내리는 결론은 후자인데 양을 적게 넣고 시간이 두어서 내리면 쓰고 떫은맛이 많아진다. 양을 조금 더 넣고 바로 내려서 맛이 진하면 물을 넣어 간을 맞추면 된다. 

대엽종 찻잎으로 만드는 보이차는 내포성이 많아서 보통 열 포 내외로 우려 마신다. 흔히 스무 포, 서른 포까지 우릴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아무리 좋은 차라도 열 포를 넘기지 않는다. 열 포 이상 계속 우려도 마실만하지만 한참 뒤에 다시 우려서 마셔보면 열 포 이전의 맛보다 훨씬 못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보이차는 양이 많은 차인데 구태여 열 포 이상 우릴 필요가 있을까?   

보이차 우리기의 단계를 세 가지로 나누어 보면

차를 우려 마시는 재미는 표일배로는 제대로 누릴 수 없다.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면서 커피메이커와 드립을 쓰는 차이라고 볼 수 있겠다. 커피메이커로 내리면 커피 맛은 균일할 수 있지만 더 맛있는 커피를 기대할 수 없다.

그렇지만 드립으로 내린 커피는 사람마다 다른 맛을 낸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래서 드립으로 내리는 커피를 대접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을 것이다.

차 우리기 일 단계인 표일배를 쓰는 건 고정된 걸로 차를 내리는 단순 과정만 있다. 이 단계에 들어 다기를 쓰게 되면 더 맛있게 우려내기 위한 노력이 더해져서 나날이 달라지는 결과를 얻게 된다. 그 과정이 심화될수록 고정된 것도 달라지는데 아는 만큼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차도 선택의 폭과 깊이가 달라지고, 다기도 종류가 자꾸 늘게 되지만 이 변화는 더 좋은 차 향미를 음미하게 되는 결과를 얻게 된다. 

부부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일상으로 가지는 집은 소확행을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담아 차호와 숙우, 찻잔을 작은 차상에 놓으면 거실이 차실로 변신하게 된다. /김정관
부부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일상으로 가지는 집은 소확행을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담아 차호와 숙우, 찻잔을 작은 차상에 놓으면 거실이 차실로 변신하게 된다. /김정관

이 단계에서 겪어야 하는 시행착오의 산물은 차와 다기가 점점 늘게 되는 것이다. 이 단계를 빨리 벗어날수록 양을 줄이고 질을 높일 수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수백 편의 차, 수십 종류의 다기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 단계를 벗어나는 게 어려운 건 무엇 때문일까? 오래 두면 값어치가 올라가니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축재(畜財) 관념의 보이차 특성일지도 모르겠다.

삼 단계에 들어서면 고정된 것을 선택하는 관점이 달라져서 구입하는 차나 다기가 양보다 질로 바뀌게 된다. 차는 한 통 한편 가격으로 두세 편, 다기는 열 점 가격으로 한 점을 사는 식이다.

늘 변하는 존재인 내가 고정된 것인 차와 다기를 제대로 운용하면서 차 생활의 심도가 점점 깊어지게 된다. 보이차 생활은 더 알아가고 배우려는 나의 변화를 추구하면서 고정된 차와 다기에서 너비와 깊이를 심화시켜 가게 된다.  

 


차 생활의 일 단계는 차를 우려 마시는 게 좋은 습관으로 정착될 때라 하겠다. 다기를 써서 차를 우리는 걸 귀찮아하지 않으면 이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단계에서는 보이차나 다기를 가성비로 자주 구입하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쉽게 극복하지 못한다. 이 단계를 지나서 삼 단계의 관문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많지 않은 건 왜일까?     

삼 단계에 들어서서 보이차 생활을 해야만 비로소 차와 다기의 너비와 깊이를 알게 된다. 보이차는 많이 모으면 돈이 된다는 축재의 마인드를 극복한 사람이 하게 되는 차 생활이다. 보이차 생활은 차를 많이 모으거나 많이 마셔서 좋은 게 아니라 지금 마시는 차의 진미(珍味)를 음미하고 찻자리를 가지면서 다담(茶談)을 일상에서 즐기는 소확행의 가치를 아는 데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관 건축사·도반건축사사무소 대표 
kahn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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