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가 높아지는 6월, 몸에 열과 피로가 쌓이기 쉽다. 낮 동안 햇볕을 많이 받는 날이 늘어나며, 땀과 함께 수분과 영양소도 빠르게 소모된다. 이럴 때일수록 에너지 대사를 원활히 하고 혈당을 안정시키는 식사가 중요하다. 단순당을 줄이고,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식단 구성이 여름철 건강의 핵심이다. 정제되지 않은 곡물 ‘파로’가 여기에 적합한 식재료다. 단순한 잡곡이 아닌, 영양 밀도 높은 고대 곡물로 평가받는다.
파로는 어떤 곡물일까
파로는 약 1만 2천 년 전부터 유럽 중부 지역에서 재배된 밀 계열의 고대 곡물이다. 로마 군인들은 이 곡물을 건조해 장기 전투에 활용했다. 영양 밀도가 높고 저장성이 뛰어나 전쟁 식량으로 적합했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미국과 유럽에서 웰빙푸드로 자리 잡았고, 다양한 요리에 응용되고 있다. 파로는 영어권에서 ‘에머(Emmer) 밀’이라 부르기도 한다. 현지 셰프들은 리조또, 오트밀, 수프, 샐러드, 요거트 등에 곁들여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농촌진흥청이 10가지 고대 작물 중 하나로 파로를 꼽은 바 있다. 파로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며, 이탈리아 농림식품부는 품질 관리와 재배 기준을 직접 설정하고 있다. 종자는 유전자 조작 없이 보존되고, 2~3년의 윤작 과정을 거친 뒤에야 재배가 가능하다. 때문에 대량 생산이 어렵고 희소성이 높은 곡물로 분류된다.
정제되지 않은 밀, 식감까지 특별하다
겉껍질을 벗기지 않은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삶았을 때 쫀득한 식감이 남는다. 밥을 지을 때는 백미와 섞어 7:3 비율로 넣는 것이 기본이다. 죽, 리조또, 스튜, 김밥 등에 모두 활용 가능하다. 밥 이외에도 수프 재료로 삶은 파로를 넣거나, 견과류와 함께 오트밀처럼 활용하는 방식도 유행하고 있다.
조리 시 파로는 특유의 고소하고 담백한 풍미를 낸다. 기름이나 간을 최소화해도 자체 맛이 살아 있어 저염식 요리와 잘 어울린다. 육류 없이 파로만으로도 균형 잡힌 식단 구성이 가능하다. 비건 식단에서는 파로를 단백질 대체 식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해외 셀럽들은 파로밥, 파로죽, 파로샐러드 등으로 식단을 구성하고 있다. 홍진경은 유튜브 콘텐츠에서 “파로 김밥을 먹으면 포만감이 오래간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같은 양을 먹어도 혈당 변동이 적어 체중 관리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파로 한 숟가락이 만든 변화
탄수화물을 줄이는 대신 질 좋은 곡물을 선택하는 것은 식생활 전체를 바꾸는 선택이다. 파로는 단순한 잡곡이 아니다. 복합탄수화물, 식이섬유, 저항성 전분이 결합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식사 이후 혈당 유지와 장내 환경 개선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100g당 당 함량은 2.4g으로, 퀴노아(5.3g), 카무트(7.84g)보다 훨씬 낮다. 혈당 지수가 낮고 소화 속도가 느려 혈당 스파이크를 줄여준다. 파로에는 저항성 전분이 포함돼 있다. 저항성 전분은 일반 전분과 달리 장까지 도달해 유익균의 먹이가 되며, 혈당을 서서히 상승시킨다. 100g당 저항성 전분은 1.2g으로, 백미(0.64g)보다 많고 현미(2.63g)보다는 적다.
식이섬유 함량도 높다. 100g당 식이섬유는 6.5g으로, 당근(3.1g), 사과(2.2g), 바나나(1.8g)의 두세 배 수준이다.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켜 군것질을 줄이게 하고, 장운동을 도와 배변활동도 원활하게 한다. 다이어트 식단으로 이상적인 조건을 갖췄다.
파로는 글루텐이 거의 없어 소화가 잘 된다. 밀에 민감한 사람도 비교적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다. 혈당이 안정되면 인슐린 분비도 과하지 않게 유지되며, 허기와 폭식을 줄일 수 있다. 이 점은 특히 여름철 활동량이 줄어드는 시기에 더 중요하다.
더불어, 파로는 수입산이더라도 잔류 농약과 GMO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유럽에서 유전자 변형 없이 재배되는 곡물로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도입이 아직 많지 않지만, 일부 친환경 마켓과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유기농 인증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가 시작됐다.
여름철, 식욕이 떨어지고 피로가 쌓이는 시기에 파로는 새로운 대안이 된다. 단순히 밥을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식단 전반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능성 곡물이다. 가볍고 건강한 한 끼를 원한다면, 파로 한 숟가락이 식탁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