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640명 중 635명 전남서 차출돼 무자비한 탄압 받아
일제강제동원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 "日 정부, 자료 공개해야"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태평양전쟁 당시 남태평양 마셜제도 밀리환초(산호섬이 띠 모양으로 연결된 곳)에서 강제 노역에 동원된 조선인 대부분이 전남에서 차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13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일제강제동원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 씨를 초청한 기자간담회를 열어 강제동원 조선인 640명의 명단을 공개해 이같이 밝혔다.
다케우치는 최근 일본 정부가 작성한 피징용 사망자 연명부, 해군 군속 신상조사표 등을 입수해 강제동원 피해자 640명 명단을 조사한 결과 635명이 전남에서 동원된 피해자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가 1992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일명 '광주천인소송' 원고 중 23명(피해자 기준 25명)이 밀리환초에서 동원된 피해자로 나타났다.
밀리환초는 일본군이 1942년 비행장 등 군사기지 건설을 위해 조선인 800여명을 군속 신분으로 강제 동원한 곳이다.
당시 조선인들은 자국으로부터 배급이 중단돼 식량난을 겪은 일본군으로부터 무자비한 탄압을 당했다.
숨진 조선인의 인육을 고래고기라고 속여 조선인에게 지급하기도 했는데 이를 견디다 못한 조선인들이 반란을 일으키자 중무장 일본군 토벌대들이 총살을 벌이기도 했다.
그동안 사망자 수·강제 동원됐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귀향자(433명)의 수는 알려져 있었지만, 사망자들의 신상에 대한 조사·집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다케우치에 의해 밀리환초에서 숨진 조선인 218명 중 213명이 전남지역 거주자들이었고, 이 가운데 조선인 학살사건으로 숨진 55명도 모두 전남 연고자라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
다케우치는 최근 일본 정부가 후생노동성에서 보관하던 800여명의 밀리환초 섬 사망자 명부를 국립공문서관으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는데 그중 약 200명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케우치 야스토는 "밀리환초 사건을 비롯해 식민지 문제로 피해를 본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관련 자료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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