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교육정책, 정파 아닌 국민이 판단해야 한다.”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일 「국가교육위원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정파적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합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2022년 7월 출범한 이하 국교위가 정작 기대했던 교육정책의 사회적 합의 기구로서의 역할은커녕 정파적 갈등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김 위원장은 “위원 구성에서 정파적 기득권을 내려놓고, 교육 주체와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실질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개정안의 취지를 밝혔다.
■ 정파적 지분 축소, 교원·전문가 참여 확대 = 이번 개정안은 국교위의 위원 구성과 운영 구조에 대대적인 손질을 가한다.
우선 국회의 추천 인원과 대통령 지명 인원을 각각 2명씩 줄이고, 교원단체·교육 관련 학회·교수단체 등에서 4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위원 구성의 다원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고려한 조치다. 특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추천하는 영유아 전문가 1인을 포함시킨 점은 생애주기별 교육정책의 정합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국회 추천 몫은 기존 9명에서 7명으로 축소되며, 그 중 2명은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 4명은 그 외 교섭단체, 1명은 비교섭단체가 추천하도록 명시했다. 이는 집권 여당에 집중됐던 영향력을 분산시키고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 ‘국민참여배심위원회’ 도입… 공론화 장치 강화 = 더 주목되는 변화는 ‘국민참여배심위원회(이하 배심위원회)’의 신설이다. 기존 ‘국민참여위원회’가 실질적인 의견 수렴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명칭을 바꾸고 권한을 실질화한 것이다.
배심위원회는 전문위원회의 검토 결과를 참고해 국교위가 심의·의결하기로 한 정책 사안에 대해 다수결로 의견을 결정할 수 있다. 특히 중요 안건이 국교위에서 부결될 경우, 위원 과반수 동의로 배심위원회가 재논의하고, 그 결정은 다시 국교위가 존중하도록 했다.
위원 수는 최대 500명까지 가능하며, 성별·연령·지역·직능을 고려한 균형 있는 구성이 원칙이다. 국민 모집과 각계 인사의 추천을 통해 위촉된다.
■ 박남기 교수 “교차 추천제와 무작위 추첨제 도입 필요” = 하지만 이러한 제도 개선만으로 국교위가 실질적 사회적 합의 기구로 거듭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개정안은 위원 구성의 정파성을 줄이고 국민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여전히 추천 구조가 이해 집단 중심이라는 점에서 본질적 문제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위원 선출을 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한국교총 회장 등 각 조직 수장이 위원으로 참여해 국교위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형식적 참여에 그쳤다”며 “이러한 ‘감투형 참여’를 지양하기 위해선 교차 추천제와 무작위 추첨제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교사나 학부모, 학생 등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자천 또는 타천으로 후보군에 등록하고, 이 가운데 전문성과 합리성을 갖춘 인사를 걸러낸 후 무작위로 위원을 선출하는 방식이 더 공정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 박 교수는 “갈등이 첨예한 정책은 국교위가 손들어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공론화 과정을 설계하고 중재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며 국교위의 역할 정립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그러면서 “제도가 러프하고 여당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보니 국교위 위원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합리성과 중립성을 중시하는 사람을 체계적으로 선발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한국대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