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냉장고와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에 사용된 철강에 대해서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한국 가전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관세 적용 시점은 오는 23일 0시 1분(미 동부시간)부터다.
미 상무부는 12일(현지시간) 연방 관보를 통해 철강 파생제품 목록을 추가로 공개하고, 해당 제품에 50%의 철강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 포함된 품목은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냉동고, 조리용 스토브, 오븐 및 전자레인지,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등 생활 필수 가전 8종이다. 또한 용접 철강 구조물로 분류되는 와이어 랙도 포함됐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철강 및 알루미늄에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철강이 일정 함량 이상 포함된 파생제품에도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4일부로 철강 및 파생제품의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했다. 이에 따라 가전제품에 들어간 철강 가치에 대해 50%의 관세가 부과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한국 가전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LG전자는 테네시주에 현지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지만, 한국과 멕시코 등에서 부품과 철강 소재를 조달해 수출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특히 부품과 철강 원자재는 대부분 관세 부과 대상 국가에서 수입되는 만큼,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번 조치는 미국 철강업계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부터 각계로부터 관세 적용 요청을 접수했으며, 미국 철강 기업들은 보일러, 에어컨, 산업용 로봇, 농기구, 선박, 가구, 헬스기구 등 다양한 제품을 철강 파생품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관세 확대 조치는 향후 더 많은 제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3월 초에 발표된 파생제품 목록에는 철강 및 알루미늄을 합쳐 172개 품목이 포함됐지만, 그 이후 상무부는 명단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8개 품목 추가는 그 연장선상이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파생제품에 대한 정의가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철강 소비재가 관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미 FTA 체제에서 기대했던 안정적인 공급망에도 큰 균열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가전업계는 관세 인상에 따른 비용 상승을 감수하거나, 현지 조달 비중을 늘리는 등 공급망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판매가 인상 등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 기조가 지속되면서 한국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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