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다시 하청업체 근로자가 작업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 이후 하청업체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근본적인 안전관리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2시 30분경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종합정비동에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김충현(50)씨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씨는 발전소 설비를 정비하는 한전KPS의 하도급업체인 한국파워O&M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한전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발전설비 부품을 절삭가공하는 선반 작업 중 기계에 옷이 끼이면서 사고를 당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김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으며, 시신에는 골절과 타박상, 열상 등의 부상이 확인됐다.
충남 태안경찰서는 김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며, 부검은 13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사고 발생 11일 만에 이뤄지는 부검으로, 그동안 유족과 대책위원회 측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우선'이라며 부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망사고와 함께 하청업체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지난 11일 한전KPS의 2차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가 은폐됐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현재 고 김충현씨와 같은 한국파워O&M 소속인 A씨가 올해 1월 태안화력발전소 CS탱크의 충수 배관 작업 중 손에 2도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배관이 얼었다는 작업 지시를 받고 고온·고압의 스팀을 주입했으나, 실제로는 밸브가 닫혀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사고 처리 과정이었다. 대책위는 "회사 측 관리자가 A씨에게 '산재 처리를 하면 회사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며 공상 처리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다친 당일과 치료받은 날을 제외하고는 출근을 지시받았으며, 치료비는 개인이 결제한 뒤 업체 사무실에 영수증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처리됐다고 전해졌다.
이번 사고는 2018년 12월 같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김용균씨 사망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24세였던 김용균씨는 야간 순찰 업무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했으며, 이 사고는 하청업체 근로자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안전관리 부실을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김용균씨 사망사고 이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는 등 산업안전 강화 조치들이 이뤄졌지만, 7년이 지난 현재에도 같은 발전소에서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경찰청은 수사전담팀을 구성해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혐의 적용을 놓고 한국서부발전과 한전KPS 측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부검 결과와 작업 서류 등 자료를 분석해 안전 수칙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사고 책임자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도 '태안 화력발전소 사망사고 대책본부'를 구성해 수사·감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7조 제1항에 따르면 사업주가 산재발생 사실을 은폐하거나 은폐하도록 교사·공모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사업자들이 회사에 불이익이 가는 것을 피하려고 법의 허점을 이용해 산재 처리를 은폐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한빛 로펌가득 변호사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뉴스락> "이번 사건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간의 산재사고 발생시 계약유지 및 벌점, 벌금 규정때문에 하청업체가 산재신고를 막고 공상처리를 진행한 것이다"라며 "원청이 산재 안전관리 등의 책임을 하청에 넘기지 않고 원청이 직접 안전관리를 담당해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내용을 입법해서 원청·하청간의 계약관계에 상관없이 일정 규모나 일정 조건의 경우 원청이 안전관리 및 산재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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