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면 산나물 채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특히 깊은 산지에서는 평소 보기 힘든 식물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이 시기, 양지바른 산골짜기에서 하얀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다. 이름은 ‘왜우산풀’이다.
시장에서 잘 보이지 않아 낯설 수 있지만, 산나물이나 약재를 아는 사람들에겐 꽤 익숙하다.
예전엔 밥상에도 자주 올랐다. 지금은 자생지를 찾아 직접 채취하는 이들도 있다. 풋내가 적고 질기지 않아 봄철 나물로 제격이다. 뿌리는 주로 약재로 쓰인다.
한국 산에서만 자라는 토종 식물 '왜우산풀'
왜우산풀은 ‘산형과 누룩치속’에 속한다. 여러해살이풀이며, 한국 산에서 자라는 토종이다. 지역마다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누리대, 누릿대, 우산풀, 왜우산나물, 개우산풀, 노리대, 좀우산풀 등 10여 개 이름으로 불린다.
왜우산풀은 해발 700m 이상 산지 가장자리나 양지바른 개활지에서 자란다. 특히 강원, 경북 내륙 쪽 산에서 흔하다. 줄기는 50~100cm까지 곧게 뻗고 매끈하다. 잎은 깃털처럼 갈라져 있고, 가장자리는 뾰족한 톱니처럼 생겼다.
6~7월 사이에 피는 꽃은 하얗고 작은 산형꽃차례를 이루는데, 여러 꽃이 겹쳐 큰 우산을 연상케 한다. 뿌리는 굵고 희며, 약용 가치가 높다.
열매는 여름을 지나 8~9월 무렵 맺힌다. 이 시기엔 수분 곤충들도 모여든다. 꽃이 피면 꿀벌과 나비가 찾아오고, 뿌리는 깊이 뻗어 산사태를 예방한다.
왜우산풀, 나물로 먹고 약재로도 쓰인다
식용으로는 어느 정도 자란 왜우산풀잎을 데쳐 먹는다. 풋내는 약하지만, 입안에 남는 향이 깔끔하다. 데친 뒤 물기를 짜고 고추장, 참기름, 마늘, 식초에 무치면 새콤하면서 담백하다. 고춧가루를 약간 넣어도 잘 어울린다.
과거 약용으로는 뿌리를 구충, 폐질환, 골절, 종기 치료 등에 썼다. 특히 소화에 효과가 있어 육류와 함께 먹기도 했다. 가루를 내 뿌리거나, 달여 마시거나, 찜질제로도 활용됐다.
전초도 약재로 쓰인다. 뿌리와 비슷한 효능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실제 복용 전에는 식물 감별과 안전성 확인이 필요하다.
채취 시, 독초와 '꼭' 구별하자
왜우산풀은 깊은 산에 자생하는 식물이다. 무분별한 채취는 자생지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는 채취량 증가로 개체 수가 줄고 있다. 특히 뿌리를 모두 캐내면, 번식 자체가 어려워진다.
채취할 땐 뿌리를 온전히 캐기 위해 삽을 사용해야 한다. 호미로 캐면 뿌리가 부러지기 쉽다.
뿌리와 줄기의 연결 부위는 흙이 많이 묻는 곳이므로,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야 한다. 나물로 먹을 싹은 어느 정도 자란 상태에서 채취해야 한다. 너무 어린잎과 뿌리에는 소량의 독성이 있어 위험할 수 있다.
독초와 구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제주에 자생하는 ‘왜젓가락풀’과 혼동할 수 있다. 잎의 결, 꽃차례의 형태를 눈여겨봐야 한다.
조선시대에도 쓰였던 약초
조선시대 문헌인 '동의보감'에도 왜우산풀이 기록돼 있다. 뿌리가 소화 불량과 상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다.
봄철 식량이 부족하던 과거, 산간 마을 주민들이 어린잎과 뿌리를 캐어 밥상에 올리거나 약처럼 썼다.
지금은 일부 약초상이나 지역 장터에서 말린 뿌리, 어린싹을 찾아볼 수 있다. 말린 뿌리는 한방 약재 시장에서 1kg당 2만~3만 원대에서 거래된다. 어린싹은 100g당 3000~5000원 선에서 팔리기도 한다. 다만 지역, 수확량, 수요에 따라 차이가 있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