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 구도가 ‘눈 건강’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해상도나 명암비 중심의 기존 기술 마케팅을 넘어 장시간 사용에 따른 피로를 덜고 시야 인지성을 높이는 기능이 새로운 선택 기준으로 부상한 것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미니(Mini) LED의 본격적인 기술 경쟁 속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눈의 편안함’을 키워드로 각기 다른 전략을 꺼내 들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5년 OLED 모니터 출하량은 약 450만 대로 2024년 대비 80.6% 증가할 전망이다. 전체 PC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 비중은 아직 5% 미만이지만, QD-OLED를 중심으로 고급 게이밍 및 콘텐츠 제작 수요가 확대되며 중형 OLED 시장 연간 성장률은 70%를 웃돌고 있다.
OLED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기술은 단순한 해상도·색 재현력 경쟁을 넘어 사용자 건강과 편안함에 어떻게 기여하느냐로 확장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건강 이슈는 글로벌 보건 기준 강화, 기업 ESG 전략과도 맞닿는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최근 모니터와 IT 디스플레이 장비의 청색광 저감, 깜빡임 방지, 시야각 기준 등을 강화했다.
독일 TUV라인란드와 미국 UL 등 인증기관도 관련 기준을 잇달아 개정, 글로벌 패널 제조사들은 자발광 디스플레이의 특성을 활용해 눈 건강 인증 확보에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OLED는 액정표시장치(LCD) 대비 잔상과 블루라이트 방출량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기술을 통해 시각 피로를 줄이는 사용자 경험(UX)에 초점을 맞춘다. 5월 말 열린 컴퓨텍스 2025에서 공개한 ‘UT One’ 패널은 기존 대비 두께와 무게를 30% 줄였고, 1Hz부터 120Hz까지 가변 주사율(VRR)을 지원하는 산화물 박막트랜지스터(TFT) 기반 설계를 적용해 전력 소모를 30% 낮췄다. 같은 행사에서 선보인 500Hz 고주사율 QD-OLED 프로토타입은 게임·영상 제작 등 고성능 수요층을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OLED의 자발광 구조가 낮은 청색광, 잔상 없는 화면, 깊은 블랙 표현 등 시각 부담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고 진단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를 바탕으로 AI 조도 조절, 피로 알림 등 기능을 강화하며 ‘덜 피로한 화면’이라는 UX 메시지를 구체화하고 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밝기와 시야 확보에 방점을 두고 백색 유기발광다이오드(WOLED) 기반의 휘도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CES 등 글로벌 전시회에서 공개된 마이크로 렌즈 어레이(MLA·Micro Lens Array) 기술은 화면 전면의 광 효율을 높여 야외나 밝은 실내 환경에서도 선명한 시야를 제공한다. 여기에 AI 기반 화질 최적화, 자동 밝기 조절 기능을 결합해 ‘더 밝고 또렷한 시야’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UX 전략은 결국 ‘사용 맥락’과 ‘환경 조건’에 대한 해석 차이에서 갈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의 자발광 특성을 활용해 몰입형 콘텐츠 소비 시의 눈 피로를 줄이는 데 집중한다. 이 전략은 게이밍 모니터, 고해상도 영상 편집, 장시간 학습·업무 환경처럼 사용자의 눈이 화면에 오래 머무는 제품군에 최적화돼 있다.
반대로 LG디스플레이는 고휘도 설계와 광 효율 기술을 바탕으로 밝은 공간에서도 정보 인식이 쉬운 시야 환경을 UX의 핵심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프리미엄 TV뿐 아니라 리테일 사이니지, 실내외 광고판, 회의용 대형 디스플레이 등 기업 간 거래(B2B) 확장 전략과도 맞물린다.
눈 건강 중심의 UX 경쟁은 소비자 시장을 넘어 B2B 환경과 ESG 전략과도 연결된다. 회의실, 교실, 쇼윈도 등 장시간 시청 환경에서는 피로감 저감이나 시야 확보 같은 요소가 실질적 선택 기준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글로벌 패널 제조사와 완제품 브랜드들은 ‘아이케어 인증’을 핵심 경쟁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ASUS, 델 등은 OLED 기반의 저블루라이트·플리커 프리 제품을 확대하고, 대만 AUO와 중국 BOE 등 후발주자들도 관련 인증을 강화하며 추격에 나서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기술은 이제 하드웨어 스펙보다 사용자 컨디션과 몰입 경험에 얼마나 실질적 도움을 주는지로 경쟁이 이동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피로 저감이든 밝기 개선이든, 선택의 기준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경험 자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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