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중국이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제한적으로 재개하면서도 수출 허가 기간을 6개월로 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간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경우 공급을 다시 차단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 기업들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재개하기로 하되 허가 기간을 단기적으로 설정하며 수출 통제 권한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양국이 최근 진행한 고위급 회담의 '협력 프레임워크'를 도출한 데 따른 성과지만, 중국이 핵심 광물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WSJ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지난 9~10일 런던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도출된 합의의 일환이다. 이 자리에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등이 참석했으며, 양측은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뤄진 1차 회담의 성과를 구체화하기 위한 협력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희토류 수출 재개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허가 조건은 상대적으로 짧은 6개월 단위로 설정했다. 이는 무역협상 상황에 따라 수출을 다시 중단하거나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정치·경제적 레버리지 유지 전략으로 해석된다.
WSJ는 협의에 정통한 인사를 인용해 "중국은 희토류 수출이라는 카드가 향후 협상에서 유효한 협상 지렛대로 남아있기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SNS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필요한 모든 희토류는 중국에 의해 선지급 형식으로 공급될 것"이라며 이번 수출 재개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수출 허가의 세부 조건이나 이행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이번 합의는 미국 입장에서 중국의 희토류 공급 의존도를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내재돼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업계의 긴장은 여전하다.
실제로,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군사용 장비, 항공우주 기술 등 전략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소재로, 공급 중단 시 세계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자원으로 꼽힌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그레이슬린 바스커런 중요 광물 안보 프로그램 이사는 "중국은 희토류에 대한 영향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떠한 형태의 협정도 결국은 중국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파기될 수 있다는 위험을 미국 기업들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제한적 수출은 단순한 공급 확대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단기적으로 외교적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지난 4월 2일 미국이 상호관세 인상안을 발표한 데 대응해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전면 통제하면서 무역 갈등이 격화된 바 있다. 이후 지난달 10~11일 제네바에서 진행된 1차 고위급 회담에서 양측은 일시적 관세 완화 및 비관세 조치 철회에 합의했고, 90일간의 협상 유예 기간을 설정한 상황이다.
그러나 회담 직후 양국 모두 "상대방이 합의를 먼저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은 다시 교착 상태로 빠졌고, 런던에서 열린 2차 회담을 통해 다시 협상 테이블을 복원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반도체 및 자동차 기업들은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희토류 확보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6개월이라는 짧은 수출 허가 기간과 명확하지 않은 연장 조건은 중장기 투자계획 수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공급을 다시 차단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하는 한, 미국 기업은 자체 공급망 다변화와 전략광물 비축 확대를 동시에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희토류 및 전략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자원 외교와 대체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2025년까지 희토류를 포함한 30여 종의 전략광물에 대해 비축 목표량을 두 배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호주·캐나다 등 자원 우방국과의 협력 확대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번 수출 재개는 일정 부분 희토류 공급의 숨통을 틔운 조치이지만, 6개월짜리 제한적 허가와 미정의 연장 조건은 양국 간 긴장의 불씨를 여전히 남겨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90일간 진행될 무역협상이 국제 원자재 시장과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각국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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