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도 12일 대남방송을 중단하며 지난 3년간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고, 김 위원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는 등 한반도 정세가 다시 한번 요동치는 모습이다.
李 대통령,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 지시…北, 대남방송 중단 '화답'
지난 3년간 최악의 상황에 놓였던 남북 관계가 개선될 조짐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을 지시하자 북한도 12일 대남 방송을 중단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6월 9일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 조치로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그러자 북한도 맞대응 대남 방송을 시작해 지난 1년여간 접경지 일대에서 남북 간 확성기 공방전이 이어져 왔고 소음으로 인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피해도 지속됐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남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행보를 보여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당선 수락 연설에서 "평화롭고 공존하는 안정된 한반도를 만들겠다"며 "남북 간에 대화·소통·공존하면서 서로 협력해 공존·공동 번영하는 길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강력하게 요청한 것이 첫번째 변화였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전날 군에 대북 확성기 방송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군은 전날 오후 2시부터 전방 전선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했다. 국방부는 "남북관계 신뢰 회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국민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후 남한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한 상태다. 하지만 북한이 대남 방송을 중단하면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SBS라디오에서 "확성기 방송 중단은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하는 측면이 있다"며 "북한에서 서서히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에 전임 민주당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의원과 이종석 전 장관을 전면에 배치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튼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친서'로 김정은과 대화 재개 시동…北, 일단 '거부'
남북 관계는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행보에 한반도 정세가 꿈틀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대화 재개를 희망하는 '친서'를 보냈는데 북측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11일 익명의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뉴욕에서 활동하는 북한 외교관들이 북미 대화채널 복구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의 수령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서신교환에 여전히 열려 있다"며 "첫 임기 때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진전을 보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NK뉴스 보도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소통과 북미관계 진전에 개방적인 입장임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수령을 거부한 것은 지난 트럼프 1기 당시 '하노이 노딜'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 2018~2019년에 20여 통의 친서를 주고 받았다. 본격적인 서신 교환 후 두 사람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양측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전쟁포로 및 실종자 유해 송환 등에 합의했지만 비핵화 방식에 합의하지 못했고 이후 하노이 노딜로 결국 합의가 불발됐다.
즉, 향후 재개 될 북미 대화에 앞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수령을 거부하고 푸틴 대통령에게는 별도의 축전을 보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끈끈한 북러 관계를 과시하면서 자신들은 북미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김정은, 푸틴에 "북러는 진정한 전우·동맹…언제나 함께할 것"
1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러시아 국경일인 '러시아의 날'(6월 12일)을 맞아 푸틴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러시아를 형제국가라 칭하며 "오늘 전통적인 조로(북러) 친선 관계는 러시아의 자주권과 영토 완정을 수호하기 위한 정의의 성전에서 피로써 맺어진 두 나라 장병들의 전투적 우애로 하여 더욱 굳건해졌으며, 그 무엇으로써도 깨뜨릴 수 없는 진정한 전우관계, 동맹관계의 훌륭한 귀감으로 승화 발전되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역사의 온갖 시련과 도전 속에서 맺어지고 검증된 조로 관계를 전면적 전성기에로 줄기차게 이어 나가려는 것은 나와 우리 공화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의지"라며 "나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언제나 당신과 러시아 연방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국가의 주권과 안전 이익, 영토 완정을 수호하고 강력한 러시아를 건설하기 위한 귀국 정부와 인민의 성업이 반드시 성취되리라는 굳은 확신을 표명한다"고 말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승전으로 끝나기를 기원했다.
북러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과 러시아 파병 등을 계기로 본격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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