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AI 강국 겨냥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통치자로 알려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공지능(AI) 산업 강화를 위해 AI 기업 ‘휴메인(Humain)’을 출범시켰다. 자신이 의장을 직접 맡는 휴메인은 향후 자국 내 AI 인프라 구축, 데이터 센터 건설 등 생태계 전반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빈 살만 만남에 빅테크 수장 총출동
휴메인은 약 9,4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사우디 국부펀드 공공투자기금(PIF)이 소유하는 구조다. 이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중심 경제를 다각화하려는 빈 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석유 없이도 사우디 경제가 지속 가능하도록 체질을 바꾸자는 취지다. ‘탈석유’ 경제를 위해 ‘오일머니’를 쏟아붓는 셈이다. 배경에는 석유 의존 경제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사우디는 올 1분기 유가 하락의 여파로 16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1년 4분기(180억 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이미 사우디는 지난해 10월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에서 “사우디는 AI의 단순히 지역적 허브가 아니라 글로벌 허브가 될 수 있다”며 AI 기술 발전을 선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올 2월에는 사우디 홍해 연안에 건설되고 있는 미래 신도시 네옴시티의 첨단산업단지 옥사곤에 1.5GW급 규모의 AI 데이터 센터가 들어설 것이라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이를 위해 빈 살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AI 산업의 핵심 파트너로 삼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투자사를 설립하고 미국 빅테크 수장들을 대거 초청해 투자 포럼을 여는 등 ‘AI 이니셔티브’를 잡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테크는 ‘오일머니’로 자금을 조달하고 사우디는 미국 AI 기술을 지렛대로 경제구조를 석유 의존형에서 AI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 사우디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오찬 자리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비롯해 오픈AI의 샘 올트먼, 아마존의 앤디 재시, IBM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등 미국 주요 기업 수장들이 총출동했다.
엔비디아, 사우디에 최신 AI 칩 대거 공급
막강한 자금력과 사우디의 영향력 때문일까. 휴메인은 출범과 동시에 글로벌 빅테크들과 잇단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휴메인은 AMD와 1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 협약을 과 체결했고, 퀄컴은 데이터 센터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는 최신 AI 칩인 ‘블랙웰’ GPU 18,000개를 휴메인에 공급하기로 했다. 사우디의 AI 팩토리 구축 프로젝트의 첫 단계로, 인피니밴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하이퍼스케일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를 설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해당 인프라는 사우디 소버린 AI 모델의 대규모 훈련과 배포를 위한 핵심 기반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휴메인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글로벌 AI 경쟁력 확보뿐 아니라 자국 내 전문 인재 육성에도 공을 들일 방침이다. 양사는 수천 명의 사우디 시민과 개발자에게 AI, 시뮬레이션, 디지털 트윈 등 기술 훈련을 제공하고 현장 중심의 실무 경험을 축적하기로 했다.
압둘라 알스와하 사우디 통신정보기술부 장관은 “이번 협력은 AI 팩토리 조성과 물리 AI 시대 개막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AI의 미래를 선도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타레크 아민 휴메인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은 우리가 첨단 AI 인프라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대담한 도약”이라며 “지능형 기술과 인재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는 전기와 인터넷처럼 모든 국가에 필수적인 인프라”라며 “사우디의 대담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휴메인과 함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메인은 구글클라우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중동 지역에 AI 중심의 글로벌 허브를 구축하는 한편 구글 제미나이(Gemini) AI 모델의 아랍어 기능을 강화하는 공동 연구도 진행한다. 빈 살만 왕세자의 광폭 행보는 중동을 넘어 글로벌 AI 허브 국가가 되겠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야심을 보여준다. 휴메인의 성공 여부가 향후 사우디의 경제 체질 개선과 첨단 기술 국가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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