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11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미·중 간 무역 협상 진전 소식에 반응하며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2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0.2원 오른 1,364.5원에 거래 중이며, 개장가는 1,365.0원으로 출발했다. 환율은 현재 1,360원대 중반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환율 변동의 주요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이 최근 영국 런던에서 이틀간 진행한 제2차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제네바 합의'를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실질적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희토류 수출 제한 문제'와 '기술이전 강제 논란' 등 주요 민감 사안을 포괄적으로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협상 종료 직후 로이터통신을 통해 "이번 합의는 제네바 회담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중국 측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해결하는 데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중국과의 무역 질서를 재정립하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측 대표단을 이끈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도 "이번 합의는 단순한 입장 교환이 아닌, 양국 정상이 지난 5일 전화통화에서 논의한 내용과 제네바 1차 회담 결과를 구체화하는 실질적 진전"이라며 "해당 프레임워크를 양국 정상에게 곧바로 보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미·중 협상 진전에 따라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도 변동성이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13% 하락한 98.977을 기록하며 제한된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다소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협상은 어디까지나 지난달 제네바에서 도출된 1차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 절차로서, 시장에 획기적 반전을 줄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당분간 환율은 협상 진행 속도와 실제 실행 여부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외환시장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관세 유지 여부, 중국의 기술 이전 및 산업 보조금 정책 변화 등이 명확하게 확인되기 전까지는 장기적인 안도랠리나 환율 급락은 어렵다는 평가다.
한편, 이날 오전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42.44원으로 전일 종가(943.96원) 대비 1.52원 하락했다. 이는 원화가 엔화 대비 소폭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엔/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18% 상승한 144.79엔을 기록해, 엔화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기조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적 요소들이 여전히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이번 미·중 협상이 단기적으로 시장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구조적인 무역 갈등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며 "국내 외환시장 참가자들도 과도한 낙관보다는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원/달러 환율 상승과 글로벌 증시 분위기 속에서 보합권 내 등락을 보이며 거래를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미·중 무역 협상 결과뿐 아니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등 향후 예정된 주요 경제 지표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번 미·중 협상 프레임워크 합의가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실제 경제지표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지, 한국 외환시장에 어떤 지속적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