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기존보다 8년 늦춰졌지만, 개혁은 ‘반쪽짜리’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보험료율 인상으로 현 세대의 부담을 높이면서도, 급여 수준은 사실상 동결에 가까워 세대 간 불균형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소득보장 강화, 국가 책임 명문화,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핵심 구조 개편 논의가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5년 국민연금법 개정의 재정 및 정책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 개정안으로 인해 연금 재정 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는 시점은 2041년에서 2048년으로 7년 늦춰졌다.
기금이 완전히 고갈되는 시점도 2057년에서 2065년으로 8년 미뤄졌다. 이에 따라 2095년 기준 누적 재정적자는 기존 2920조원에서 1157조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개정안은 보험료율을 기존 9%에서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3%포인트 인상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수지 개선 효과는 분명하지만, 여전히 ‘받을 연금’은 충분치 않고,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되는 세대의 수익비는 급감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생의 수익비는 개정 전 1.98배에서 개정 후 1.90배로 줄었고, 2005년생은 1.94배에서 1.75배로 감소했다. 이는 같은 제도 아래 낸 돈 대비 받는 돈의 비율이 후세대로 갈수록 줄어든다는 뜻으로, 젊은 세대의 불신을 키울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이러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국가 책임 명문화, 급여 수준 실질 보장, 국고지원 확대, 자동조정장치(ATO, Auto-adjustment mechanism) 등 구조적 개혁 요소는 빠졌다는 점이다.
보험료율을 올리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급여 인상이나 국고 지원 확대는 명확한 로드맵 없이 유보되면서, 정부가 ‘재정 안정’만을 우선시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금정책 전문가는 “소득대체율이 40%에서 43%로 올라가는 것이 실제 체감 급여 보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결국 지금의 2030·40세대는 더 많은 돈을 내고도 받는 건 줄어드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OECD 주요국들은 노령연금의 최소 급여 수준을 보장하거나, 자동조정장치를 통해 재정이 악화되면 보험료율과 급여 수준을 동시 조정하는 방식으로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3차 재정 추계 이후에도 ATO 도입을 미뤘고, 이번 개정에서도 논의 자체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급여 보완 방안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출산·군 복무 크레딧 확대, 저소득 가입자 보험료 지원 강화, 노령·장애연금 조기 지급 요건 완화 등은 개별적으로 긍정 평가를 받지만, 전체 급여 구조 개편이나 보장성 확대와는 거리가 있다.
여전히 비정규직·저소득층은 연금 수급에서 배제되는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개혁은 단순한 숫자 조정이 아니라, 젊은 세대의 미래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이번 개정은 소득보장·형평성·재정지속성 모두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해 논쟁의 여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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