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한 여름, 카드사들이 ‘트래블카드 전쟁’에 돌입했다. 내수 위축으로 고전 중인 카드 업계가 휴가철을 기점으로 ‘락인(lock-in) 효과’를 노린 감성 마케팅, 디지털 접점 확대, 외환·보험 등 외부 서비스와의 연결 실험을 본격화하고 있다. 트래블카드가 단순 혜택을 넘어 브랜드 전략과 생태계 실험의 장이 되고 있는 셈이다.
◇락인 전략, 여행에서 시작된다
2024년 하반기부터 카드 승인액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 가운데, 2025년 1분기 신용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2%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출국자 수는 38.6% 증가하며 일본과 동남아 노선을 중심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했다. 카드사들은 위축된 내수 소비를 보완하고 여름 성수기 수요를 락인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에 나섰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 의 올해 4월까지의 누적 개인 해외 직불·체크카드 이용 금액은 2조4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9% 늘었다.
이중 하나카드가 44.9%(9192억원)을 차지하며 지난해에 이어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그 뒤를 신한카드(32%), KB국민카드(12.5%) 등이 뒤쫓고 있다.
카드사마다 트래블카드의 추가 고객 확보를 위해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할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5월 일본 여행객을 겨냥해 ‘SOL 트래블 J체크카드’를 출시, 환전·결제·보험 등 여행 금융 전반을 통합한 상품을 선보였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트래블카드 시장의 점유율 강화를 위해 지난 5월 일본 특화 카드를 출시하는 등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 하고 있다”면서 “아직 출시 초기이지만, 휴가철을 앞두고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KB국민카드는 고객 유인을 위해 트래블카드의 국내 혜택도 강화하고 있다. ‘KB트래블러스 체크카드’는 국내에서 이용 시에도, 카페, 베이커리, 철도 등 7개 영역에서 월합산 최대 2만원 할인을 제공한다.
KB국민카드는 “여행을 365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행지에서의 카드 경험이 국내에서도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면서 “국내 이용 혜택을 강화해 고객들의 실속 있는 카드 사용을 돕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삼성카드는 디지털 기반의 ‘iD 트래블’을 통해 모바일 사용 경험을 강화했고, 현대카드는 고급 소비 감성을 반영한 ‘M TRAVEL EDITION2’를 통해 프리미엄 고객층을 공략 중이다.
◇MZ세대가 주도하는 감성 소비의 전환점
카드업계의 트래블카드 경쟁은 단순 할인 혜택을 넘어 MZ세대 중심의 감성 소비 트렌드와 결합되며 변화를 맞고 있다. SNS 공유 이벤트, 여행 미션 리워드, 여행 사진 출력 서비스 등 가격 외적 요소를 강조한 ‘비가격형 락인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사용 횟수나 소비 금액보다 여행의 질과 스토리를 중시하는 소비 성향에 대응하기 위한 시도다.
카드사들은 감성적 연결을 강화하고자 브랜드 경험을 중심에 둔 콘텐츠형 혜택 설계를 확대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래블카드는 이제 정체성 소비와 감성적 충족의 수단이며, 단기 실적보다는 브랜드 로열티와 플랫폼 확장성을 기준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결제에서 경험으로…브랜드 전략의 실험장
각 카드사들은 트래블카드를 통해 브랜드 철학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역 특화형, 모바일 중심형, 프리미엄 경험형 등 전략의 차별화가 뚜렷하며, 여행이라는 테마를 통해 ‘고객의 여정을 누가 설계했는가’에 대한 브랜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카드는 프리미엄 고객층을 대상으로 고급 호텔과 미쉐린 레스토랑 등 ‘경험 디자인’ 중심 혜택을 구성하고 있으며, KB국민카드는 자체 플랫폼 앱과 연동해 여행 전후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설계했다. 이는 트래블카드를 고객 ‘락인 수단’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과 고객 충성도를 실험하는 접점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래블카드는 이제 ‘플랫폼 전쟁’
트래블카드 경쟁의 종착지는 결제를 넘어선 ‘여행 플랫폼’ 전략에 있다. 카드사들은 OTA(온라인 여행 플랫폼)와의 제휴를 통해 항공, 숙박, 렌터카, 보험 등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여행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환전 수요 예측, 보험 연계, 숙소 기반 콘텐츠 추천 등 데이터 기반 기능이 추가되면서, 트래블카드는 계절성 마케팅을 넘어 고객 생애주기 전체를 커버하는 금융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카드사들이 결제시장 성장 둔화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경계 밖의 기회를 모색하며, 트래블카드를 핵심 실험 도구로 삼고 있음을 시사한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