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가 11일 발간한 ‘미성년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적극 검토해야’ 보고서에서는 친족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 제도가 피해자의 권리 회복과 정의 실현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0조는 13세 미만의 사람 및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간, 강제추행 등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13세 이상 19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친족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공소시효가 시작되며, 과학적 증거 등 입증 증거가 발견된 경우 10년 연장된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13세 이상 미성년자에 대한 범죄에 대해서도 공소시효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한 연구에 따르면,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75~90%는 성인이 될 때까지 피해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국의 1000명 이상 아동 성학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한 평균 연령이 52세였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 성학대 피해자의 신고 지연은 트라우마, 가해자와의 친밀성, 사회적 낙인 등의 장벽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신고를 주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이로 인해 피해 공개까지 평균 2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3년간 공소시효가 만료된 성폭력 피해 상담의 57.4%(74명)가 친족 성폭력이었다.
피해자들의 절반 이상은 공소시효가 지난 후 상담을 받았으며, 상담을 받는데 17년 이상 걸린 비율이 24.8%, 30년 이상 걸린 비율은 13.2%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허 조사관은 이를 근거로 미성년 친족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는 범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소시효를 둔 취지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실체적 진실 규명이 어려워지는 등 변경된 사실 관계를 존중하고, 장기간 도피한 범인이 사회적으로 처벌받는 것과 유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며, 국가의 수사 태만이나 무능력을 피의자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성년 친족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과 후유증이 회복되기 어렵고 가해자가 장기간 도피하지 않으며, 혈연·친족이라는 특수한 관계로 피해자가 고소·고발하지 않아 국가의 수사 태만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한 “공소시효 제도가 보호하고자 하는 피고인의 인권과 생활 안정은 미성년 친족 성폭력 범죄의 특수성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며 “공소시효의 존재가 오히려 피해자의 권리 회복과 정의 실현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22대 국회에서는 성범죄 공소시효와 관련된 개정법률안이 4건 발의됐다.
구체적으로 미성년 대상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모든 친족 성폭력 범죄 공소시효 폐지, 친족관계 성폭력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 10년 연장 또는 15년 연장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관계부처인 여성가족부는 13세 이상 친족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 폐지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이나 사회적 처벌 감정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져야 하는 과거 성범죄에 대해 실질적인 수사 기법이나 피해자 보호 방안 마련보다는 ‘신중 검토’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조사관은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는 것은 친족 성폭력의 은폐 가능성과 피해자의 신고 지연 등 구조적 문제를 간과하는 것”이라며 “미성년 친족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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