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며 민생경제 살리기에 나선 가운데, 이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배드뱅크’ 또한 다시 주목받고 있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5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개인금융 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 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변경을 예고하며 비영리법인도 부실채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규정 개정을 추진했다. 이는 곧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배드뱅크(Bad Bank)는 금융기관이 떠안은 부실자산을 별도 기관이 매입·정리해 은행 건전성을 높이고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는 구조조정 도구다.
1980년대 미국 저축대부조합 위기에서 처음 등장해 1997년 한국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세계 각국에서 반복적으로 활용됐다. 한국에서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외환위기 당시 33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정리했고, 2003년 카드대란 때도 ‘한마음금융’ 등 배드뱅크가 신용불량자 구제에 나섰다.
배드뱅크의 핵심은 신속한 집행이다. 부실자산을 한 곳에 집중시켜 빠르게 매입·정리하면, 금융기관은 본연의 기능에 집중할 수 있고 시장의 불확실성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인도, 스웨덴 등 성공 사례에서도 신속한 자산처분과 유연한 구조조정이 위기 극복의 열쇠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설립을 주도한 ‘주빌리은행’은 한국형 배드뱅크의 새로운 모델이다. 당시 주빌리은행은 채무 탕감을 위해 금융사의 장기 연체 채권을 원금의 3~5% 가격에 매입하고, 연체된 채무자가 원금의 7%를 갚으면 나머지를 전부 소각했다. 이때 시민 기부와 기업 후원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 5만1500명의 부실채권 8100억원(원리금 기준)이 소각됐다.
하지만 배드뱅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속한 집행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새출발기금 등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신청 절차가 까다롭고 집행이 느려, 채무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주빌리은행 역시 재원 마련과 신속한 채권 매입이 과제로 꼽힌다. 현재 채권 시장 환경이 과거와 달라진 만큼, 실질적 효과를 위해서는 신속한 집행과 안정적 재원 확보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명지대 경제학과 우석진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빌려줬던 것들이 만기가 다 돼서 이제 원금을 상환해야 할 때”라며 “그때 재정지원을 해줬어야 하는데 그 대신 대출 확대로 해결했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자본을 확충해 배드뱅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대 경영학과 김대종 교수는 “현재 우리 경제는 고금리와 경기둔화의 이중 압력 속에서 가계와 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의 배드뱅크 설립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위기 전이에 대한 방파제를 구축하는 선제적 조치로서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재정 투입에만 의존하지 않고, 민간 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하여 배드뱅크의 재원구조를 다각화해야 하고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 마련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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