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당구여신 예약' 정수빈 "김가영 선수 이긴 그 경기 아직도 생생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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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당구여신 예약' 정수빈 "김가영 선수 이긴 그 경기 아직도 생생해" (인터뷰)

빌리어즈 2025-06-11 16:01: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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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빈. 사진=이용휘 기자
정수빈. 사진=이용휘 기자

[빌리어즈앤스포츠=김민영 기자] 여자 프로당구 LPBA 투어의 지난 시즌은 가히 '김가영의 시즌'이라 말할 정도로 김가영(하나카드)의 독주가 이어졌다.

총 8번의 정규 투어와 1번의 월드챔피언십에서 김가영은 6번의 정규 투어 우승과 마지막 월드챔피언십 우승까지 차지하며 한 시즌 동안 7연승을 내달렸다.

하지만 이런 김가영에게도 두 번의 흑역사가 있다. 바로 예선 첫판인 64강에서 두 차례 패한 것.

64강 시드로 LPBA 투어에 출전한 김가영을 단 한 번의 경기만에 떨어뜨린 장본인이 바로 정수빈(26・NH농협카드)과 최지민이다. 최지민은 시즌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에서, 정수빈은 2차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서 김가영을 꺾고 '당구여제의 시대'에 제동을 걸었다. 

정수빈은 지난 2022년 와일드카드로 LPBA 투어에 합류한 그야말로 신인 중 신인이다.

정수빈
정수빈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정수빈은 지난 2024-25시즌을 앞두고 NH농협카드에 지명돼 PBA 팀리그에서 김민아와 김보미와 함께 'NH농협카드 트로이카'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 개인 투어에서도 2차 투어 '하나카드 챔피언십' 64강에서 김가영을 꺾은 정수빈은 준결승까지 내달리며 개인 최고 기록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 3월 열린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LPBA 월드챔피언십'에서 처음으로 월드챔피언십 무대에 선 정수빈은 예선 32강 조별리그를 전체 1위로 통과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7, 8차 투어 32강에서 연달아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우리금융캐피탈)에게 2연패를 당한 정수빈이 '스롱 트라우마'를 겪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잠시, 32강 조별리그 첫 대결에서 세트스코어 2-0으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스롱을 제압하며 기우를 떨쳐냈다.

빌리어즈앤스포츠가 정수빈과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각오를 들어보았다.

정수빈
정수빈

데뷔 3년 만에 LPBA 대세 선수가 됐다. 평범한 여대생의 삶을 살다가 갑자기 프로 당구선수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당구를 치게 된 것도 너무 감사하고, 이렇게 재밌는 스포츠를 내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평범한 직장인의 삶보다 좋은 거 같다. 사실 당구선수라는 직업이 되게 스트레스가 큰 직업이긴 한데, 어떤 직업을 택하더라도 스트레스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나를 평가하고, 지켜본다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반면에 응원해 주시는 분들 때문에 얻는 기쁨도 크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지 않아서 워라밸도 너무 좋다.

처음 당구 친 계기가 남자친구인 한지승 선수 때문이라고 들었다. 프로 데뷔 전 한 유투브 방송에서 '한지승의 여자친구'로 깜짝 등장했다.

처음에는 남자친구인 한지승 선수와 당구를 치는 게 너무 재밌었다. 결국 이제껏 공부했던 것들을 포기하고 당구선수의 삶까지 선택하게 됐는데, 그만큼 더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나만 열심히 한다면, 결과는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통계학을 전공했는데, 이과적 사고나 통계학적 사고가 당구에도 도움이 되나?

사실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웃음) 당구가 볼 때는 쉬워 보이는데, 진짜 예민하다. 당구는 감각적인 느낌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지난 시즌 NH농협카드 팀에도 들어가고, 개인 투어 최고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가장 높이 올라갔던 하나카드 챔피언십이 당연히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64강에서 김가영 선수를 역전승으로 이겼을 때는 정말 짜릿하고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고 기억에 너무 남는다.

반면 아쉬웠던 때도 그때다. 김가영을 꺾고 4강까지 올라갔는데, 4강 대진이 정말 다 좋았다. 나를 포함해 김상아, 김민영, 김다희까지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신예들만 다 올라와서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힘을 못 썼던 게 많이 아쉽다. 그때 '우승까지 못하더라도 결승에는 갔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정수빈
정수빈
정수빈
정수빈

월드챔피언십 직전에 스롱 피아비에게 32강에서 연속 2패를 당했다. 하필 월드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스롱과 한 조가 됐는데,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

조 편성을 보고 스롱 선수가 제일 무서웠다. 사실 LPBA 톱5에 드는 선수들은 워낙 기본 공도 안 놓치는 선수들이다 보니 조금 부담스러운 마음이 있다. 월드챔피언십 자체가 상위 32명의 선수들만 출전하는 대회니까 누구와 한 조가 돼도 사실 이상할 게 없다.

걱정이 무색하게 조별리그에서 스롱 피아비, 김민영, 하가시우치 나쓰미 세 명을 모두 이기고 전체 1등으로 16강에 진출했다.

전혀 예상 못 했다. 첫 경기였던 스롱과의 경기를 이기면서 힘을 받은 것 같다. 그래서 그다음 경기들도 더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월드챔피언십에 첫 출전이었는데, 어떤 각오가 있었나?

일단 예선 통과만 하자는 마음이었다. 정말 큰 욕심이 없었는데, 예선전을 잘하고 나니까 그때부터 욕심이 조금씩 생겼던 것 같다.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가 나쓰미 선수와의 대결이었는데, 내가 이기면 스롱이 본선에 올라오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져야 스롱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떨어지는 거였지만 그래도 프로 선수인데 일부러 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나쓰미 언니랑 마지막 경기를 했다.

하필 본선 첫 경기에서 또 스롱을 만났다. 이 정도면 대단한 인연인가, 악연인가.

사실 '연달아 스롱 언니라니, 내가 좀 운이 없나'라고 생각했지만, 한 번 이겨 봤으니 또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16강은 예선전과 전혀 달랐다. 스롱 언니가 워낙 실력이 좋기도 하지만 공이 너무 잘 들어갔다. 언니도 잘했고, 운도 따라주고 이러다 보니 내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하나카드 LPBA 챔피언십 64강에서 김가영과 대결 중인 정수빈.
하나카드 LPBA 챔피언십 64강에서 김가영과 대결 중인 정수빈.

맞다. 16강에서 스롱이 무려 2.357의 애버리지를 기록했다. 1세트는 하이런 9점을 치고 단 2이닝 만에 승부를 끝냈고, 2세트도 5이닝, 3세트도 7이닝 만에 끝났다.

나한테 기회가 너무 없어서 그게 좀 아쉬웠다.

월드챔피언십에서 보여준 정수빈의 모습은 그새 많이 성장한 듯 보였다.

첫 월드챔피언십이라 진짜 연습을 많이 했다. 월드챔피언십을 앞두고는 단 하루도 안 쉬고 당구를 쳤다. 당구선수라면 당연한 거지만, 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연습을 했다.

정수빈의 성장에 팀리그도 한 몫한 것 같다. 큰 부담감을 견뎌내면서 팀리그에서 활약을 했는데, 본인이 느낀 팀리그는 어땠나?

솔직히 얘기하면, 팀리그라는 것 자체가 되게 스트레스가 크다. 팀의 승패가 걸려 있다 보니 내 비중이 크지 않지만 그대로 팀 성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부담이 된다. 시즌 막판에는 김민아, 김보미 언니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져서 언니들의 스트레스가 더 컸을 것 같다. 내가 팀에 보탬이 못 돼서 언니들이 내 몫의 스트레스까지 감당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팀리그 신입들 중에서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신입이라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내가 주장이나 팀원들에게 믿음을 줄 만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주장이 나를 많이 기용하지 않은 이유를 완전히 이해하고 인정한다. 내가 실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5-26시즌도 NH농협카드에서 계속 뛸 수 있게 됐다. 어떤 각오를 가지고 있나?

일단 팀에 신뢰를 좀 드리고 싶다. 정수빈이 그렇게 못 치는 선수는 아니라는. 팀에서 내 실력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자신감이 없어지긴 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아무리 워스트 경기라도 적어도 이만큼은 치고 진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정수빈
정수빈
정수빈
정수빈

당구선수 중에 롤모델인 선수가 있나?

우리 팀 주장인 조재호 선수와 다른 팀이긴 하지만 강동궁 선수도 좋아한다. 약간 다른 모멘트에서 두 선수 모두 배울 점이 너무 많은데, 강동궁 선수는 진짜 너무 끈질기다. 그런데 나는 그게 너무 좋다. 강동궁 선수는 1:10으로 지고 있어도, 1:14로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포스가 있다. 단순히 잘 치는 것뿐 아니라 공격과 수비 둘 다 너무 좋은 선수다.

반면, 조재호 선수는 시원시원한 공격이 너무 좋다. 같은 팀이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새 시즌에 임하는 각오는 어떤가?

작년에 큐를 바꾸고 실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전에 쓰던 큐가 스쿼드가 많이 났는데, 큐 때문인지 팁 때문인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 결국 상대와 팁을 동시에 바꾸고 나서 확실히 두께가 많이 좋아졌다.

NH농협카드 그린포스 선수로서도 NH농협카드의 색이 조금씩 묻어가는 중이다. 올 시즌은 내 몫을 해내고 싶다.

개인 투어 역시 지금처럼 열심히 한다면, 결과는 반드시 따라올 거라고 믿는다. 


(사진=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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