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그룹 뉴진스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은 K-팝 팬들 사이에서 점점 무거운 울림을 낳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음악 차트와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며 화려하게 빛났던 뉴진스는 올해 3월 이후 무대 위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와 그 전 대표 민희진, 그리고 어도어의 모회사 하이브 간의 갈등은 이미 단순한 갈등을 넘어 장기적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법원은 민 전 대표의 계약 해지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고, 어도어는 간접강제 신청을 통해 뉴진스 멤버들의 독자 활동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상황이다. 현재는 뉴진스가 어도어를 배제하고 독자 활동 시 한 회당 최대 50억 원에 이르는 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러한 사태는 팬덤의 내부 균열로도 이어졌다. 뉴진스의 팬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민희진 전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뉴진스의 독립을 주장하는 팬들과, 오히려 민 전 대표의 정치적 접근 방식이 뉴진스를 고립시키고 있다고 보는 팬들이다.
전자는 ‘뉴진스를 만든 사람은 민희진이며, 하이브는 그룹의 예술적 정체성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후자는 ‘뉴진스를 진심으로 위한다면 지금은 조용히 법적 절차를 존중하고, 무대 복귀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의견 충돌은 단순한 이견 수준을 넘어,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뉴진스 멤버들을 걱정하던 팬들이 이제는 서로를 향해 혐오를 드러내는 기이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다. 하니, 민지, 해린, 해인, 다니엘. 모두 세계적인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각종 캠페인을 성공시켰던 멤버들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광고주는 계약 연장을 보류하고 있으며, 일부는 계약을 종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와 패션지, CF 제작사들은 '위험 요소'를 우려해 뉴진스를 섭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결국, 고립되고 있는 것은 브랜드가 아닌 사람이다.
아이돌에게 있어 공백기는 치명적이다. 경쟁이 치열한 K-팝 시장에서 한 시즌만 지나도 대중의 관심은 빠르게 다른 팀으로 옮겨간다. 활동하지 않는 멤버들은 성장 기회를 잃고, 팬들은 새로운 서사를 만나지 못한 채 과거 콘텐츠를 반복해서 소비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무대에 설 수 없는 아티스트와 그들을 기다리는 팬들이다.
이번 분쟁의 본질은 '누가 뉴진스를 만들었는가' 혹은 '어떤 계약이 우선인가'가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묻고 있다. 이 싸움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아이돌을 향한 팬의 애정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팬들의 감정이 존중받지 않고, 팬들이 소송전의 피로감만 떠안게 될 경우 그 관계도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팬들은 뉴진스가 무대 위에서 다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기다린다. 누구의 소속이든, 어떤 정체성이든 그건 다음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팬들에 대한 배려다. 법의 영역에 맡길 문제는 그대로 두되, 팬이 더는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업계의 책임이다.
지금까지 이 사태에서 가장 크게 다친 것은 계약서도, 회사도 아닌, 단 하나의 이유로 뉴진스를 응원해 온 팬들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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