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삼성전자가 단순한 인수합병(M&A) 성과를 넘어 미래 기술과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맞춘 전략적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인공지능)와 친환경 기술을 접목한 공조(HVAC) 솔루션과 차량용 전장 분야에서 공격적인 기업 인수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14일 유럽 최대 공조기기 기업인 독일 플랙트그룹(FläktGroup)을 15억유로(한화 약 2조15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로봇·AI·의료기술(메드텍) 등에 이은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산업 투자 사례다.
삼성전자는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Triton)이 보유한 플랙트그룹 지분 100%를 확보하며 고성장이 기대되는 중앙공조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플랙트는 100년 이상의 기술력을 가진 프리미엄 공조 업체로, 데이터센터 공조 분야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 효과가 뛰어난 친환경 솔루션으로 글로벌 초대형 데이터센터 고객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 강화에 따라 글로벌 공조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2030년까지 해당 시장 규모가 3826억달러(한화 약 520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GMI에 따르면 난방·환기·공기조화·칠러·냉각탑 등을 포함한 글로벌 HVAC 시장 규모는 지난해 2940억달러(한화 약 350조원)에서 2032년까지 연평균 5.6%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로봇·자율주행 기술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이번 인수를 글로벌 종합 공조 업체로 도약할 기회로 보고 있다. 기존 개별 공조 중심 사업을 중앙공조로 확대하고, 자사 빌딩 통합 제어 솔루션과 플랙트의 공조 제어 기술을 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후변화 대응과 친환경 규제 강화를 고려해 AI 기반 온습도 제어 솔루션과 고효율 제품으로 차별화된 공조 경험을 제공하겠다”며 “미국 레녹스(Lennox)와의 합작법인 설립 사례처럼 글로벌 유통망 강화를 위한 M&A와 파트너십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M&A 전략은 차량용 전장 사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을 통해 미국 마시모(Masimo)사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달러(한화 약 50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2016년 9조원을 들여 하만을 인수한 이후 9년 만에 성사된 대형 M&A다.
삼성전자는 전장(자동차 전기장치)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2015년 말 전장사업부를 신설해 자동차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이 회장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직접 접촉하며 M&A 대상을 발굴했고, 미국 현지에서 하만 인수를 성사시키며 진두지휘한 바 있다.
현재 하만은 디지털 콕핏(cockpit, 디지털화된 운전 공간)과 차량용 오디오 시장에서 판매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 신규 분야에서도 수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량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새로운 생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콕핏과 카 오디오 분야에서의 선도적 지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하만의 IT·AI 기술 시너지를 바탕으로 차량 내부 공간 경험에서 리더십을 강화하고 차량용 디스플레이 경쟁력도 높여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하만은 주로 중국과 헝가리 등 해외 공장에서 자동차 전장·오디오 장비를 주로 생산하고 있어 미국의 고율 관세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미국 정부가 수입산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하만 역시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하만이 미국과 멕시코에도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 부품 생산을 확대해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부품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대신증권 김귀연 연구원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첫 통화에서 관세 협상 조기 타결 필요성에 공감이 형성된 만큼 다음 달 1차 유예기간이 첫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유예 이후 협상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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