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이 2025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의 부메랑 효과가 미국 경제를 포함한 세계 경제에 광범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은행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 2.7%에서 0.4%포인트(p) 낮춘 2.3%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1월 전망보다 크게 하향 조정된 수치다.
WB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더밋 길은 “높은 정책 불확실성과 무역 관계의 분열 심화가 경제에 상당한 역풍을 불러왔다”며 “신속한 정책 수정 없이는 생활 수준에도 심각한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전면적인 세계 경기 침체는 아니지만, 이번 성장률은 17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미국, 올해 경제성장률 1.4%...1년 만에 반토막
특히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4%로, 지난해(2.8%)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1월 WB가 제시했던 2.3%보다 무려 0.9%p 하락한 수치다.
내년에는 1.6%로 소폭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또한 기존 전망보다 0.4%p 낮아졌다.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기 본격화된 관세 인상 조치와 이에 따른 무역 긴장이 자국 경제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성장률은 올해 4.5%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0.5%p 낮은 수치지만 1월 전망과는 동일하게 유지됐다. 내년 성장률도 4.0%로 전망되며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관세 전쟁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미국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성장률은 기존 1.0%에서 0.3%p 낮아진 0.7%로 조정됐고, 내년 역시 1.2%에서 0.8%로 하향됐다. 일본의 성장률도 올해 0.7%, 내년 0.8%로 전망되며 유로존과 비슷한 수준의 둔화가 예측됐다.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성장률은 3.8%로 1월 전망(4.1%) 대비 0.3%p 하락했다.
WB는 보고서에서 “향후 2년간 경제 흐름이 이번 전망대로 흘러갈 경우, 2020년대 첫 7년간 세계 평균 성장률은 2.5%에 그치게 된다”며 “이는 196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전망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자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구조적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각국 정부가 긴축적 통화정책과 무역 장벽을 재조정하고, 정책 일관성과 개방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장기 침체 위험이 심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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