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구기금(UNFPA)은 10일(현지시간) ‘2025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UNFPA는 경제적 부담, 주거·고용 불안, 적합한 배우자 부족 등 현실적 장벽이 출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저출산의 진짜 위기는 인구 감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꿈꾸던 가정을 이루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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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엔 한국, 일본, 미국, 독일, 인도, 나이지리아 등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포함해 14개국 성인 남녀 1만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겼다. 응답자의 18%가 경제·사회적 이유로 ‘원하는 만큼의 자녀를 갖지 못하거나, 갖지 못할 것 같다’고 답했다.
출산율 하락의 원인은 경제적 제약(39%), 고용 불안(21%), 주거 문제(1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경우 응답자의 58%가 “경제적 이유로 자녀를 더 낳지 못한다”고 답해,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스웨덴(19%) 등 복지국가에서도 경제적 부담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적합한 배우자를 찾지 못하거나, 건강·불임 문제, 시간 부족 등도 주요 장애물로 지적됐다.
UNFPA는 “출산율이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이들이 원하는 가족을 꾸릴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이는 단순히 인구 감소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삶의 만족도와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직결된 심각한 위기”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50세를 넘긴 응답자 중 31%, 즉 3명 중 1명은 “원했던 만큼 자녀를 갖지 못했다”고 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2명 이상의 자녀를 원한다고 답했으나, 실제 출산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은 2.3명으로, 1950년(4.7명)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1.12명), 일본(1.4명), 이탈리아(1.26명) 등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1.74명), 멕시코(1.79명) 등 중남미 국가도 이미 인구 유지선(2.1명) 아래로 떨어졌다.
저출산 현상이 이미 전 세계적 위기로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 세계적인 출산율 감소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재정 압박을 가중시켜 미래 번영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UNFPA는 “지금까지는 ‘출산율이 너무 높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제는 ‘원하는 만큼 자녀를 낳지 못하는’ 위기가 더 크다”며 “가족친화적 정책, 유연한 노동 환경, 경제적 지원, 실질적 양성평등 등 사회적 해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급 가족휴가, 저렴한 난임 치료, 배우자·가족의 지원” 등이 출산율 회복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저출산을 이유로 성급한 인구정책을 도입하기보다는, 개개인이 원하는 삶과 가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UNFPA는 올해 하반기 50개국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이를 토대로 국가 간 비교 및 맞춤형 정책 개발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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