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자녀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해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늘봄학교’가 최근 이념 편향 교육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현장에서는 주로 민간 위탁 방식으로 강사를 선발하다 보니 강사의 전문성과 이력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보수 성향 교육단체인 리박스쿨의 ‘늘봄 강사 파견’ 논란과 관련해 이번 달 중순까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전수조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스쿨’의 약자다. 해당 단체는 과거 대통령 선거 당시 ‘자손군’(자유손가락 군대)이라는 이름의 조직을 운영하며 온라인 댓글 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전수조사 외에도 교육부는 리박스쿨이 만든 단체인 한국늘봄교육연합회가 프로그램을 공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지역 10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서울시교육청,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함께 현장점검을 진행 중이다. 해당 조사는 이날 종료되는데, 전체 조사 결과는 이르면 이달 중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박스쿨 논란이 정치권 이슈로 부상함에 따라 오는 11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리박스쿨과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를 실시할 전망이다. 이 자리에는 현재 국무총리 직무대행인 부총리 겸 교육부 이주호 장관이 출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부총리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양해 공문에서 “지난 4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무위원 전원이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한 이후 교육부 업무 관여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늘봄학교 강사는 학교가 개별적으로 채용하거나 민간 업체에 프로그램 운영과 강사 관리를 위탁하는 등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전국에서 운영된 늘봄학교 프로그램은 3만8431개, 참여 강사는 3만4878명이다.
지난해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전면 도입된 늘봄학교는 올해 2학년까지로 확대됐다. 여기에 기존 돌봄교실과 방과후 프로그램까지 통합되면서 강사 수는 2배 이상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사업 확장 속도에 비해 강사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학교가 직접 강사를 채용·관리하는 데 교사들의 행정 부담 등 여러 어려움이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민간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학교가 증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격이 불충분한 강사들이 대거 유입되는 부작용이 파악되고 있다. 교육부가 발간한 ‘2025 늘봄학교 운영 길라잡이’를 보면 강사 자격은 교직 경험자, 관련 분야 전공자, 기술 보유자에 이어 ‘운영 자질이 있다고 인정된 자’까지 포함된다. 사실상 자격 요건이 느슨한 셈이다. 이에 따라 강사의 이력을 과장하기 위한 관련 자격증도 무분별하게 생겼다.
이념 편향적인 단체를 걸러낼 제도적 장치도 미흡하다. 학교는 강사 계약 시 성범죄·아동학대·결핵 여부 등 일부 결격 사유만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라는 권고만 내놓고 있어 실제 검증은 학교의 책임이지만 이를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일선 강사들이 나서 늘봄학교 위탁업체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방과후강사분과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늘봄학교 위탁업체 전수조사하고 방과후 학교를 정상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미래세대를 정치적 도구로 삼으려는 극우 세력의 교육 현장 침투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리박스쿨은 방과후강사 자격증을 미끼로 청년들을 모집해 댓글 부대로 동원하고 이들을 늘봄학교 강사로 침투시켜 아이들에게 왜곡된 역사관과 극우 이념을 주입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반교육적 시도가 가능했던 구조적 배경에는 방과후학교의 무분별한 외주·위탁 운영이 자리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치적 쌓기용으로 ‘늘봄학교’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당국은 기존 방과후학교 시스템을 존중하고 발전시키기보다 검증되지 않은 외부 자원 활용에만 몰두하며 교육의 질과 공공성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현장 강사들은 △정부와 교육 당국의 리박스쿨 사태의 철저한 진상 조사 △책임자 엄중 처벌 △방과후학교 외주·위탁 운영 즉각 철폐 △방과후학교의 공공 운영 시스템 전환 △교육 공공성 강화의 실질적 대책을 마련 등을 요구했다.
학부모단체도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행동하는 학부모네트워크와 전국여성연대는 같은 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리박스쿨 늘봄학교 침투, 진상규명 촉구 학부모 및 시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 단체는 “리박스쿨은 민간 자격증을 미끼로 청년을 댓글 공작에 동원하고 서울교육대학교와의 협약을 통해 서울 지역 10개 초등학교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며 초등학교 교육현장에 조직적으로 침투했다”며 “특히 초등 늘봄학교라는 국가 정책을 악용한 이들의 행위는 교육 현장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사안을 단순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면피용 조사’로 축소해서는 결코 안 된다”며 “이 문제는 교육의 공공성과 중립성을 훼손한 중대한 사안으로 철저한 진상조사와 관련 자에 대한 명확한 문책, 그리고 제도적 개혁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