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타깃층 설정 실패로 외연 확장 한계에 부딪힌 백화점 업계가 다시금 VIP(최상위 고객) 마케팅을 강화하며 반등을 꾀하고 있다.
기존 VIP 등급을 재편하고 맞춤형 혜택을 강화하는 등 충성 고객을 묶어두는 이른바 ‘록인’(Lock-in) 전략에 집중하며 더욱 강화된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에 나선 모습이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 3사의 매출이 지난 2월부터 석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전반적인 부진을 면치 못했다. 롯데백화점의 1분기 매출은 80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고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각각 0.8%씩 감소했다.
이에 백화점 업계는 위축된 소비를 만회하기 위해 적은 수의 충성 고객에 집중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백화점에서 VIP 고객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의 VIP 매출 비중은 2020년 35%에서 지난해 45%로 높아졌고 같은 기간 신세계는 31%에서 45%, 현대는 38%에서 43%로 각각 상승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해 VIP 매출 비중이 51%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는 2020년(42%) 대비 9%포인트 오른 수치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들어 우수고객 프로그램인 ‘에비뉴엘’의 등급 체계를 일부 개편했다. 특히 그동안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던 최상위 등급 ‘에비뉴엘 블랙’을 올해부터 연간 구매 금액 기준 상위 777명으로 설정했다.
기존 등급 기준도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두 번째 등급인 ‘에비뉴엘 에메랄드’의 연간 구매 금액 기준을 1억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에비뉴엘 오렌지’는 본점과 잠실점, 부산본점, 인천점에 한해 25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각각 상향됐다.
물가 상승과 함께 우수 고객 수가 증가하면서 관리가 어려워지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등급 기준을 높인 것이다. 이와 함께 세 번째 등급으로 ‘에비뉴엘 사파이어’(8000만원 이상)를 신설해 등급을 세분화했다. 에비뉴엘 퍼플(5000만원 이상)과 그린(1000만원 이상)은 그대로 유지했다.
롯데백화점은 등급 기준을 높이는 동시에 등급별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23년부터 본점과 잠실점의 VIP 라운지를 차례로 재단장했고 최상위 에비뉴엘 블랙 고객을 대상으로 한 혜택 프로그램 전반을 새롭게 설계하는 중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VIP 등급 산정 기준을 대폭 손질했다. 최상위 등급인 ‘트리니티’ 인원은 999명으로 한정했고 연간 구매 금액 1억2000만원 이상의 블랙 다이아몬드 등급을 새롭게 만들었다.
‘다이아몬드’는 금액 기준을 6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플래티넘’은 4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골드’는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에메랄드’는 8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레드’는 4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신세계가 등급 산정 기준을 높인 것은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점포별로 VIP 라운지를 확대하는 한편 최상위 고객을 위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셰프와 협업한 ‘파인다이닝’(고급 미식)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에 이어 2년 만에 VIP 등급 기준을 다시 높였다. 최상위 ‘쟈스민 블랙’은 1억2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쟈스민 블루’는 8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각각 올랐고 ‘쟈스민’은 5500만원에서 6500만원으로 조정됐다.
백화점 업계가 이처럼 최상위 고객 관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들의 소비 여력이 경기 상황에 크게 좌우되지 않아서다. 특히 소비 심리가 위축된 시기에는 고정적인 매출을 견인하는 핵심 고객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판매 부진 속에서도 우수 고객은 백화점 실적을 지탱하는 역할을 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충성 고객 확보가 실적을 좌우하는 만큼 각사 모두 VIP 대상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