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망 무임승차 방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가운데 최근 불거진 미국과 통상 문제 등을 어떻게 돌파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통신사를 중심으로 망 이용대가 제도화(법제화)는 국회에서도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바 있지만 통상 이슈 등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추진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망 이용대가 문제가 주요 대선후보 공약으로 등장한 것은 처음이라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나 넷플릭스법(서비스 안정화법) 등이 통과될 때처럼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국내·외 기업에 동등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이뉴스투데이가 이 대통령의 정책공약집을 분석한 결과, 망 이용대가 문제 해결과 관련해 ‘공정한 망 이용계약 제도화’를 공약으로 담았다. 업계에 따르면 구글과 넷플릭스, 메타 등 글로벌 콘텐츠 서비스 기업은 국내 데이터트래픽의 약 36%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은 연간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되는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고 있고, 넷플릭스 역시 SK브로드밴드와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최근에 합의한 바 있다. 양사의 합의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 공약인 공정한 망 이용계약 제도화는 망 이용대가를 법제화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는 통신사와 콘텐츠 기업 간 공정한 계약 체결 원칙을 명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망 이용대가법) 3건이 발의돼 있는 상황이다. 법안 간 큰 차이는 없다.
국회 계류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공정한 망 이용계약 원칙을 분명히 명시하고, 금지행위에 불공정한 망 이용계약 조항이 핵심 내용이다. 계약은 자율이지만, 불공정 계약으로 인한 분쟁 등이 발생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심의해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통신사와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 간에 망 무임승차와 같은 불공정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만든 것이다. 법안이 발의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공약집에 이를 명시했다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럽의 경우 예전부터 망 이용대가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왔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은 올해 말을 목표로 디지털네트워크법(DNA) 제정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네트워크법은 유럽 내 네트워크 질서 전반을 재정립하는 법안이다. 먼저 제정된 디지털서비스법(DSA), 디지털시장법(DMA)과 함께 ‘유럽 디지털3법’으로 불린다.
디지털네트워크법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망 공정기여(Fair share)’ 조항 포함 여부다. EU의 행정부격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지난해 2월 발간한 디지털네트워크법 관련 백서에는 통신사업자(ISP)와 콘텐츠사업자(CP) 간 트래픽 처리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에 망이용대가 지급방식과 관련한 정책적 논의도 새롭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들어갔다.
문제는 미국의 통상 압박이다. 최근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의 망 무임승차 방지법 논의를 “미국 기업에 대한 비관세 장벽”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과거에도 글로벌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견제하는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나 넷플릭스법(서비스 안정화법) 등이 통과된 적 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인앱결제법)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넷플릭스법) 등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했었는데 미국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에게도 해외기업과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설득한 점이 중요하게 적용됐다.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드라이브를 거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해외 글로벌 기업이 망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을 제도화를 할 경우 통신사는 AI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법적 기반을 마련해주도록 예전부터 정부에 요청해왔다”며 “다른 법과 달리 ‘망 이용대가법’은 계약은 자율로 하고, 불공정 계약으로 인한 분쟁 등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통상 압박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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