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창수 기자] 실적 부진을 겪은 삼성SDI가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금 수혈에 나선 가운데 2분기 성적표도 장담하기 어렵단 전망이 나왔다.
삼성SDI는 1조6000억원 규모 유증 자금으로 북미·유럽 생산기지 및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에 투자하며 성장동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다만 고객사 판매 부진 등 불확실성에 2분기 다시 적자를 볼 것으로 관측돼 향후 반등 여부에 업계 관심이 모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달 21, 22일 진행한 우리사주조합과 구주 배정 유상증자 청약에서 발행할 예정이던 총 1182만1000주를 ‘완판’했다. 실제 청약 주식 수는 1205만2922주, 청약률은 102%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유상증자로 조달한 1조6549억원 가량을 올해부터 내년까지 국내외 주요 생산시설에 투자한다. 제너럴 모터스(GM)와의 북미 합작 법인에 9000억원, 유럽 헝가리 공장 각형 배터리 및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에 4000억원을 투입한다.
GM과의 합작 공장은 고객사 확대와 함께 상대적으로 약한 미국 내 사업 기반을 강화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공장 양산 목표 시점은 오는 2027년이다. 현재 미국 시장은 관세 리스크가 커졌지만 현지 생산에 따른 세제 지원 혜택도 존재하는 만큼 사업 실익이 클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SDI는 유럽 헝가리 괴드 공장 증설에도 나선다. 앞서 삼성SDI는 유상증자 확보금을 헝가리 1공장 개조, 2공장 증설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구축에도 3500억원을 쓸 계획이다.
유럽과 미국 시장의 상반된 전기차 판매 추이는 삼성SDI에 기회이자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내 전기차 인도량은 89만8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8% 늘었다. 중국(258만9000대, 46.1% 증가) 시장보다는 성장률이 낮지만 유럽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북미에서 올해 1분기에 판매된 전기차는 31만5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삼성SDI는 GM, 스텔란티스, 리비안, BMW, 폴크스바겐 등 미국과 유럽 완성차 회사들을 주 고객사로 두고 있다. 북미에서는 GM,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유럽 헝가리 공장 투자의 경우 시장 주류로 떠오른 LFP 제품을 생산하게 된단 점에서 의의가 있다. 최근 유럽 내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것도 대대적인 헝가리 공장 투자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다만 이러한 ‘부양책’에도 한번 타격을 입은 실적은 당장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2분기에도 전분기에 이어 수천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후 유럽 전기차 시장 수요 상승, 원형전지 출하량 증가세 등으로 하반기에는 점진적 회복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iM증권은 올해 2분기 삼성SDI 매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22% 줄어든 3조5000억원, 영업손실은 2310억원으로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영업손실은 시장 기대치(-908억원)보다 크게 부진한 수준이다. 다만 전동공구와 배터리 백업 장치(BBU)로의 원형전지 출하량이 전분기보다 30~40%가량 증가, 적자폭을 상당부분 상쇄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유럽 전기차 시장 수요 회복세로 주력 고객사 BMW 배터리 재고 축적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당초 기대보다 출하가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점진적인 회복세가 예상되나 그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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