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기후변화로 인한 수산업 위기의 대안
지난해 국립수산과학원은 2017년 고수온 특보 발령제를 만든 이후 최장인 71일간 전국 연안에 고수온 특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입추를 한참 지나고도 지속된 더위가 수면 아래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며 수백만 마리의 어류가 폐사하고, 수백억 원의 피해를 봤다는 어가의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렸다. 이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변화로 인해 고수온에서도 양식이 가능한 새로운 양식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양식 연구의 최대 과제가 되었다.
자연에 의존하지 않는 양식 연구
기후 문제로 인해 ‘위기의 수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이 때문에 ‘자연에 의존하지 않는 양식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첨단 산업’을 접목한 스마트 양식이다. 육상 양식 시설이 주를 이뤄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에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 장점으로, 고수온에서도 양식이 가능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의 주요 이슈다.
이러한 스마트 양식 시장의 전망은 밝게 점쳐진다. 전 세계 수산물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비해 수산자원 고갈은 가속화되고 있어서다. 초기 수산업에서 보조 역할을 했던 양식업은 기존 어로·어업 규모와 금액을 뛰어넘는 주류산업으로 성장했다. 실제 양식 생산량은 어업 생산량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간한 ‘2024 세계 어업과 양식 보고서’에서 해조류를 포함한 2022년 세계 수산물 총생산량은 2억 2,320만t으로, 이 중 양식 생산량은 1억 3,090만t으로 전체의 58.6%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로 2022년 기준 양식 생산량은 227만t으로 수산물 전체 생산량의 62.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 2021년 기준으로 우리 국민 한 사람이 1년간 소비하는 수산물은 1인당 쌀 소비량도 넘어섰다.
스마트양식의 목표는 수산물 양성 중에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사전에 대처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전 과정 자동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양식수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일찍이 스마트 양식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전 세계 양식기업 상위 5위 중 4곳을 보유한 노르웨이가 최고 선도국으로 꼽힌다.
‘K-김’ 양식 본격화
한국의 경우 스마트 양식 개발이 주로 정부 주도로 이루어져 왔다. 대표적인 실증 사례는 경남 하동 해상가두리 숭어 스마트 시범양식장으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실시간 모니터링, 사육환경 원격제어, 지능형 사료 자동 공급 등의 기술을 도입하여 운영했다. 이후 2019년 수산업법에서 양식산업발전법을 분리해 양식산업 경쟁력 향상을 도모했고,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부산 기장을 시작으로 경남 고성, 2020년 전남 신안, 2021년 강원도 강릉, 경북 포항에 이어 2022년 제주까지, 총 6개 지역에 해역별 대규모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 양식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 생산이다. 김은 저칼로리 건강 스낵, 냉동 김밥 등의 주재료로 인기를 끌면서 ‘K-푸드’ 대표주자가 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분기 김 수출액은 2억 8,100만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21.1% 늘었다. 수출량은 1만161t으로 7.5% 증가했다. 10년 전인 2015년 1분기(1천76t)보다 844.3%나 증가한 수치다. 수출국 역시 2010년 64개국에서 2023년 124개국으로 크게 늘었다. 이러한 성장세에 비해 기후변화로 인한 공급 부족이 이어지며 김 스마트 양식이 본격화되고 있다.
식품 업계는 물론 정부도 김을 전략 자원으로 육성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생산량 확대를 위해 먼바다에서 시범 양식에 나설 계획을 전했다. 이에 따라 수심이 깊은 외해에서의 해조류 양식업을 허용하는 면허도 신설됐다. 아울러 육상에서 김을 양식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고수온에 강한 김 양식 품종을 2026년까지 보급할 예정이다.
또한 해외 수출 명칭도 ‘GIM’으로 통일하고, 등급제 등 고품질로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소규모 양식장들이 통합해 어업 법인화하면 정부 지원사업으로 우대해 업계의 규모화를 유도하고, 신규 개발하는 양식장 일부는 청년 귀어인에게 임대하는 등 신규 인력을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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