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박정우 기자] 디지털 기술, 기후위기, 돌봄 공백 등 시민의 삶을 위협하는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는 시대에 지역 정치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일까.
부산시의회 김광명 의원은 그 질문에 ‘현장 중심의 입법’과 ‘생활 체감형 조례’로 답하고 있다. 김 의원은 단순히 제도나 조례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공회전 제한 조례처럼 일상과 맞닿은 환경 문제부터 시각장애인 이동권 보장, 지역 아동 돌봄 사각지대 해소, AI 도구를 활용한 정책 개발까지 그가 던지는 문제의식은 작지만 깊다.
이에 직썰은 김광명 의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책상 위가 아닌 거리에서 시작되는 입법 과정, 시민의 불편을 제도로 바꾸는 정치를 어떻게 구현해왔는지 자세히 들어봤다.
◇“의정활동은 결국 시민 불편을 줄이는 일”
김광명 의원이 수상한 ‘지방자치 의정정책대상’은 전국 지방의원을 대상으로 한 정책 평가에서 수여되는 상이다. 그에게 있어 이 상은 개인보다 방식에 대한 인정이다.
“의정이란 결국 시민이 겪는 불편을 해소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고치는 일입니다. 저는 늘 단순하고 명확한 기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고 조례를 설계했습니다.”
그는 책상이 아닌 현장을 중심으로 법안을 구상하고, 실제 시민의 경험을 정책에 녹여내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공회전 제한 조례, “생활 속 기후위기 대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공회전 제한 강화 조례’다. 김 의원은 기존 5분이던 공회전 허용시간을 2분으로 대폭 줄이는 조례를 발의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거창한 정책에서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배달 오토바이나 대형버스의 공회전, 사실상 생활 속 탄소배출의 대표적인 사례죠. 민원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 조례는 대기오염과 생활권 침해 문제를 동시에 겨냥한다. 김 의원은 단속 강화뿐 아니라 캠페인과 계도 중심의 현장 행정까지 포함시켜 실효성을 높였다.
◇“AI는 새로운 정책 리서치 도구”
눈에 띄는 시도는 AI의 의정활용이다. 김 의원은 챗GPT를 활용해 시정질문을 작성하고, 정책 리서치에 접목했다.
“AI가 처음 도입됐을 땐 우려도 많았죠. 하지만 챗GPT는 단순히 글을 쓰는 도구가 아닙니다. 방대한 자료를 요약하고, 해외 사례를 비교하는 데 훌륭한 도우미가 됩니다.”
다만, 그는 AI가 제시한 초안을 그대로 쓰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신념 아래, AI는 효율을 높이는 보조 수단에 머물고, 최종 조율은 반드시 본인이 직접 진행한다.
◇디자인 행정, “시민은 정책의 사용자”
김 의원이 최근 강조하는 또 하나의 개념은 ‘디자인 행정’이다.
“민원서식 하나, 안내문 하나에도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정보 약자에게는 불친절한 문서가 곧 장벽이 되거든요.”
그는 행정도 결국 시민이 쓰는 ‘서비스’라며, 디자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시민이 제도의 존재를 인식하고, 쉽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김 의원은 디자이너 출신 공무원들과 행정 UI·UX 개선에 대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애인 정책, “장애 유형별 이동권은 기본권”
복지 분야에서도 김 의원은 시민 체감형 조례를 발굴해왔다.
“휠체어용 택시는 있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이동 지원은 거의 전무합니다. 이는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이동권이라는 기본권의 문제입니다.”
현재 김 의원은 ‘장애유형별 이동권 지원 조례’를 추진 중이다.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등 장애 유형에 따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 외에도 지역 아동센터의 주말 운영 요구 등 지역 기반 민원을 의정활동으로 연결하고 있다.
◇동백전, “지역화폐는 지속가능해야 한다”
지역화폐 ‘동백전’에 대한 비판적 접근도 김 의원의 또 다른 특징이다.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지만, 현실적 지속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동백전이 정부 보조금 없이는 운영이 어려운 구조라며, 이 문제는 단순한 결제수단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 자생력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치란 결국 시민 삶을 바꾸는 도구”
김광명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정치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겪는 일상 속 불편이 곧 정치의 시작입니다. 그 불편을 어떻게 제도로 바꾸고, 조례로 바꿔나갈지 고민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시민이 주인이란 걸 느끼게 해드리는 것, 그것이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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