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를 만들지 않아 "멸종 안 한 게 신기할 정도", "태어난 김에 사는 새"라는 말이 나오며 화제가 된 새가 있다. 하얗고 평범해 보이는 외모로 커뮤니티에서 주목받은 흰제비갈매기다.
흰제비갈매기만의 독특한 부화 방식
이름처럼 흰색의 깔끔한 몸을 지닌 이 새는 독특한 번식 방식을 가지고 있다. 나뭇가지나 풀로 둥지를 짓는 다른 종과 달리 흰제비갈매기는 둥지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움푹 파인 나무 틈에 알을 낳고 그 위에 그대로 앉아 부화시킨다.
둥지를 만들지 않는다는 건 알이 노출된 채로 위험에 놓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람이 불면 알이 떨어질 수도 있다. 천적에게 쉽게 발견될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이 전략을 고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흰제비갈매기가 주로 서식하는 곳은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적도 부근의 무인도나 숲이 우거진 외딴 섬이다. 나무 위에 알을 낳으면 땅 위보다 천적 접근이 어렵다. 또 알과 새끼의 색이 주변과 잘 어울려 위장 효과도 뛰어나다.
둥지를 만들지 않으면 기생충이나 개미 같은 침입자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숲이 없는 환경에 사는 새들은 땅 위에 둥지를 트는 경우가 많은데 흰제비갈매기는 숲이나 나무가 있는 곳을 선택해 높은 나무 틈에 알을 숨긴다. 외부 재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고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흰제비갈매기는 한 번에 알 하나만 낳는다. 다산보다 생존율을 선택한 셈이다. 포식자를 피하려 둥지를 포기하고 알 하나에만 집중해 부화 성공 확률을 높인다.
둥지 없어도 잘 큰다… 타고난 신체조건 보유한 흰제비갈매기
나무 위에서 태어난 새끼는 타고난 다리 힘과 긴 발톱으로 살아남는다. 새끼는 몸집이 작고 발이 강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실제 사진을 보면 새끼의 발가락은 다른 종들에 비해 훨씬 섬세하고 길게 뻗어 있다.
갈매기류는 대부분 '반 조숙성'에 해당한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가 곧바로 움직이긴 어렵지만 일정 수준의 체온 유지와 이동은 가능하다. 때문에 둥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어미에게 보호받아야 하는 시기가 짧고 스스로 살아갈 준비도 비교적 빠르다.
흰제비갈매기는 현재 멸종위기 단계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인 수준인 ‘최소 관심(LC)’으로 분류돼 있다. 생존 전략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식지 대부분이 적도 부근의 따뜻한 기후로 강한 비바람이나 추위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흰제비갈매기는 나무 외에도 바위 절벽이나 인공 구조물을 번식지로 삼기도 한다. 이때는 간혹 주변 재료를 일부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둥지 없는 번식 방식을 선택한다.
외관은 평범해 보여도 흰제비갈매기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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