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햇살이 부엌 창을 밝히는 아침. 요리를 하려고 찬장을 열었는데, 손이 쉽게 가지 않는다. “레시피엔 간장이라고만 적혀 있는데, 이 중에 어떤 걸 써야 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국간장, 진간장, 양조간장 등 병마다 이름도 다르고 색도 제각각이다. 어떤 간장이 어떤 요리에 어울리는지 막막하다.
한식의 시작 '간장'
간장은 한식의 근간을 이루는 장류 중 하나다. 간장 없이는 설명조차 어려울 정도다. 요리를 시작하려면, 간장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간장의 분류는 전통 방식과 현대 방식으로 나뉜다. 전통 방식은 발효 기간에 따라 청장, 중장, 진장으로 구분된다. 청장은 매주를 띄우고 소금물에 담근 뒤, 약 4개월 정도 숙성해 걸러낸 맑은 간장이다. 이 간장은 감칠맛이 은은하고 색이 옅다.
이후 3~4년이 지나면 색이 짙어지면서 중장이 되고, 5년 이상 장기 숙성을 거치면 진장이 된다. 진장은 깊은 감칠맛과 어두운색이 특징이다. 이 간장들은 숙성 정도에 따라 맛과 염도가 달라지며, 사용 용도도 달라진다.
하지만 이 전통 간장들은 집에서 직접 담그지 않는 한 시장에서 구하기 어렵다. 현대에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간장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 간장들은 제조 방식과 성분에 따라 다시 나뉜다.
국간장, 양조간장, 진간장… 어떤 요리에 무엇을 써야 할까
현대 간장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국간장, 양조간장, 진간장이다. 국간장은 전통 청장과 가장 유사하다. 염도가 높고 색이 옅어 국이나 나물무침에 많이 사용된다. 맛이 깔끔하고 단맛이 거의 없으며, 감칠맛이 부드럽다. 나물무침처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요리에 어울린다. 국물 요리에 넣으면, 단맛 없이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양조간장은 일본식 제조 방법으로 만든 간장으로, 알매주를 사용해 빠른 시간 안에 발효시킨다. 색이 짙고 단맛이 강하며, 감칠맛이 두드러진다. 양조간장은 회처럼 생재료에 찍어 먹기 좋고, 무침 요리에도 어울린다.
진간장은 양조간장에 산분해 간장을 섞은 것이다. 산분해 간장은 콩 단백질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감칠맛을 빠르게 추출한 것인데, 진간장은 이 두 가지를 혼합해 만들어진다. 색이 짙고 향이 강하며, 열에 잘 견디는 특징이 있어 볶음이나 조림 요리에 자주 쓰인다. 시판 간장 중 대부분이 진간장 계열이며, 조미간장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간장병에 쓰인 이름만 봐서는 혼란스럽지만, 식품 유형 표시를 보면 정체를 알 수 있다. 국간장은 ‘한식간장’, 양조간장은 ‘양조간장’, 진간장은 ‘혼합간장’ 혹은 ‘조미간장’으로 표시된다. 라벨 뒷면을 꼭 확인해야 헷갈리지 않는다.
간장을 하나만 고른다면 '양조간장'
요리를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양조간장' 하나만 구비해도 충분하다. 국간장의 깔끔함과 진간장의 단맛, 둘 다 어느 정도 갖췄기 때문이다. 국을 끓일 때 소금과 함께 쓰면 국간장 느낌을 낼 수 있고, 무침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캠핑처럼 간장 하나로 여러 요리를 해야 할 상황에서도 양조간장은 무난한 선택이다.
진간장은 여러 재료가 섞여 있어 활용도는 높지만, 국물 요리에는 단맛이 과하게 느껴질 수 있다. 국간장은 활용도가 다소 제한적인 편이다. 양조간장은 진간장과 국간장의 중간 지점으로, 여러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시판 양조간장 중에는 고급 제품도 많다. 예를 들어 샘표의 701 제품은 501보다 고급 라인으로,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이 뛰어나다. 조림이나 볶음용으로 나온 제품도 실제로는 양조간장 베이스인 경우가 많다.
간장, 직사광선만 피해도 오래간다
간장은 보관만 잘하면, 수년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직사광선 차단'이다. 햇빛에 노출되면 빠르게 증발하고 쉽게 변질된다. 따라서 간장은 반드시 그늘진 찬장에 보관해야 한다. 항아리에 담아 두는 전통 방식처럼 뚜껑을 덮고 바람과 햇빛을 차단해 보관하는 것이 좋다.
가정에서는 유리병에 옮겨 담아 찬장에 두는 방식이 가장 무난하다. 조미 성분이 섞인 진간장이나 조미간장은 염도가 낮고, 수분 함량이 높기 때문에 냉장 보관이 더 안전하다. 특히 개봉한 뒤에는 냉장고에 넣는 것이 변질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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