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증시에 ‘허니문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 코스피는 정책 기대감을 타고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단기 급등이 과열 조정 우려로 번지는 모양새다. 외국인 순매수와 정책 수혜 기대가 상승 동력을 제공하는 한편, 빚투 확대와 변동성 심화라는 경고등도 동시에 켜지고 있다. 시장은 ‘정책 랠리’와 ‘차익 실현’의 경계선에 서 있다.
◇정책 기대에 코스피 3거래일 연속 상승…외국인 매수세 견인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장중 2860선을 돌파하며 전 거래일 대비 43.72포인트(1.55%) 오른 2855.77에 마감했다. 대선 직후 쏟아진 증시 부양 기대감이 외국인 매수세를 자극하며 지수 반등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9768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1.18% 올라 장중 ‘6만전자’에 복귀했고, SK하이닉스는 2.00% 상승하며 23만원 선을 돌파했다.
◇‘빚투’ 재점화 조짐…예탁금 60조, 신용융자 18조 돌파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적 매수 심리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4일 기준 60조2042억원으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8조5144억원까지 불어나, 코로나19 장세 이후 최대치에 근접했다.
이는 정책 기대에 편승한 개인의 추격 매수가 다시 빚을 동반한 레버리지 투자로 전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유사 국면에서도 신용융자가 단기간 급증한 뒤 시장은 흔들렸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도 유사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경계심이 제기된다.
◇‘상법 개정’이 지배구조 개편 신호…정책 랠리 핵심 동력
이번 랠리의 가장 강력한 동력으로는 ‘상법 개정’ 기대가 꼽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대주주 의결권 제한 강화를 포함한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출범 후 2~3주 내 입법 추진”을 공언한 바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도 병행 논의 중이다.
핵심은 ‘3% 룰’ 개선으로, 대주주가 의결권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지분을 쪼개는 방식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TF 단장을 맡은 오기형 의원은 “시장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전면적 개편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법·제도 변화는 저평가 상태에 있던 금융지주사나 복수 자회사 체계를 가진 대기업 지배구조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자극하고 있다.
◇증권·지주회사 랠리…“정책 수혜주에 선반영 부담”
정책 수혜 기대가 금융업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KB금융(4.14%) ▲신한지주(2.03%) ▲하나금융지주(5.58%) ▲우리금융지주(1.99%) ▲미래에셋증권(1.07%) 등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특히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반의 금융지주사들이 대표적인 수혜주로 부각됐다.
다만 일각에선 정책에 대한 과도한 선반영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 드라이브는 분명한 호재지만, 여당 내 세제 정책 이견과 상생금융 등 역풍 요소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옥석 가릴 시점…정책 현실화 여부 주시해야”
실제 코스피는 대선 이후 불과 3거래일 만에 2770선에서 2860선까지 3% 넘게 급등했다. 정책 기대만으로 이어진 단기 상승이 어느 시점에서 조정 국면으로 전환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무분별한 추격 매수보다는 업황과 기업 펀더멘털을 따진 선별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책이 실제로 입법·시행까지 이어질지 여부가 향후 증시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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