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야말로 전광석화다. 지난 5일 국회는 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법 3개를 통과시켰다. 대선 끝난 지 이틀 만에, 새 정부 출범 하루 만이다. 사실 이들 특검법은 이미 여러 차례 국회를 통과한 적 있다. 당시 대통령 또는 대통령권한대행의 거부권에 막혀 공포되지 못했다. 이젠 다르다. 정권교체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이르면 10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바로 공포된다. "주말쯤 특검 출범이 가능하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의 말이다.
특검 임명도 전광석화다. 전례 없는 3개 특검의 동시 수사 시동. 서로 간 경쟁 심리 탓에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속도만큼 주목되는 건 특검 규모다. 원안보다 특검보와 파견 검사 수가 대폭 늘어났다. 여기다 내용도 더 독해졌다. 김건희 특검법 경우 수사 대상이 기존(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등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협찬 관련 뇌물 수수,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개입)보다 늘어났다.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이 추가됐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수사 가능하다. 사실상 전방위적 수사를 할 수 있는 셈이다. 그래도 핵심은 '윤석열 부부' 관련 혐의. "윤석열 부부 전담 검찰청을 따로 만든 꼴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정작 눈여겨 볼 대목은 따로 있다.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 운명이다. 이젠 과거 인물이 된 윤 부부. 이들이 당면한 법적 심판은 엄격히 말하면 그들만 감당하면 된다. 반면 특검 정국에서 국힘이 수사받고 처벌받는 건 차원이 다른 얘기다. 지난 잘못에 대한 단죄 파장이 미래에 끼칠 영향이 자못 크기 때문이다.
3개 특검법 중 내란 특검은 국힘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수사 대상은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국헌 문란 등 모두 11개. 여기서 국힘이 움찔할 대목은 국회 표결 방해 시도 행위다. 법안은 "군경 등의 물리력과 기타 방법을 이용한"이란 표현으로 군과 경찰 이외의 처벌 가능성을 열어뒀다. 비상계엄 당일 밤 긴급 소집된 국회 본회의. 이에 참석, 찬성표를 던진 국힘 의원은 기껏 1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90명 의원 상당수는 국회 아닌 당사에 머물렀다. "추경호 원내대표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발뺌한다. 당시 추 원내대표 역시 제대로 된 이유를 못 댔다. 만약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 무산을 위해 의결 정족수 미달을 노린 행위라면? 명백한 '기타 방법을 이용한 표결 방해 시도' 행위로 단죄 대상이다.
만에 하나 지도부가 윤석열과 공모 또는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진다. 졸지에 공당인 여당이 반민주적 반헌법적 범죄에 가담한 꼴이 되는 탓이다. 한마디로 국힘은 '위헌 정당'이 된다. 이 경우 이재명 정부로선 헌법재판소에 국힘의 해산을 제소해야 한다. 헌재 심판 결과, 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하면 국힘은 바로 공중 분해된다. 국힘이 정당으로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말이다. 수백억 원의 당 재산은 모두 국고로 귀속된다. 그럼 당 소속 의원은? 즉각 의원 배지를 떼야 한다. 과거 통합진보당이 이석기 사건에 휘말려 해산됐을 때 그랬다. "정당은 해산돼도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은 해당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소송이 제기되긴 했다. 3심까지 간 재판에서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주권자인 국민도 황당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과거 통진당 해산 때 의원은 5명. 현재 국힘 의원은 107명. 이들이 한꺼번에 의원직이 날아가면 국회에서 당분간 견제 세력은 없어지게 된다. 특히 헌재 심판이 차기 총선을 1년 앞둔 2027년 4월 이후 나온다면 더 아찔하다. 보선이 실시될 수 없기 때문이다. 상당 기간 사실상 민주당 단독으로 국회가 운영될 수밖에 없다. 이게 과연 정치적 상상력에 따른 경우의 수만으로 그칠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이번 내란특검의 파견 검사 수는 원안에서 20명이 더 늘어난 60명. 특검보 7명에 특검까지 보태면 모두 68명. 현재 69명 검사로 구성된 부산지검 규모다. 지검 하나가 통째로 내란 수사 하나에 '올인'하는 셈이다.
표결 방해 외에도 국힘이 켕기는 수사 대상은 또 있다. '수사 재판 지연' 대목이다.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때 국힘 의원 행위를 수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당내 중진을 비롯한 50여 명 의원이 대통령 관저 앞에서 집행을 방해한 게 사실. 이 또한 개별 의원 처벌과 별개로 당 차원의 개입이 확인된다면 위헌 정당 심판감이다. 국힘으로선 '산 넘어 산'의 형국이다. "특검 3개를 받다가 당이 해산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지난 6일 <조선일보> 가 국힘 내 우려를 전한 기사 일부다. 경선 탈락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 더한 독설을 연일 퍼붓고 있다. "모두 니들의 자업자득이다. 곧 다가올 빙하기(ICE AGE)는 혹독한 시간이 될 거다." 조선일보>
정작 국힘은 겉으론 태연하다. 아니, 위기는커녕 이 판에 한몫 잡겠다는 주판알 튀기는 소리만 요란하다. 대선 패배 직후 당 안팎을 감돈 기류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였다. 당장 낙선한 김문수 후보. 이례적 연속 공개 행보로 당권 도전 의구심을 부추겼다. 계파 전쟁도 다시 불거지는 분위기다. 의총 소집 하나를 놓고도 유불리 따지며 마찰음이 크다. 새로운 비대위 구성, 전당대회 개최 여부는 논의조차 쉽지 않다. 16일 신임 원내대표 선출 뒤엔 좀 바뀔까. '그 나물에 그 밥' 수준 후보군으로 기대난망이다. 와중에 당면한 당의 공중분해 우려는 '강 건너 불구경'이 된 느낌이다.
과거 보수정당의 정치 문법과 완전 딴판이다. 대선 패배 상황에선 당직자 전원 사퇴, 원인 분석, 대대적 혁신과 인적 쇄신. 이를 통한 신장개업의 수순이었다. 어쩌면 이런 루틴이 이번엔 더 빠르고 보다 강하게 작동됐어야 했다. 패배 원인이 다름 아닌 내란의 원죄. 특검과 헌재에 의해 강제되기 전에 스스로 원죄를 씻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만에 하나 위헌정당해산 심판에서라도 할 말이 있지 않을까. "이제 위헌 요소를 철저히 다 뿌리 뽑았다. 그러니 우리에게 맡겨달라." 그게 국힘을, 정치발전을, 나라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보수의 최대 가치가 뭔가. 바로 헌법 수호의 책무다. 언필칭 보수정당 재건을 꿈꾼다면 현실을 직시하라. 책무를 위반한 전임 대통령 못지않게 당내 동조 세력도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래야 국힘을 숙주로 내란을 꿈꾸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다신 마주치지 않는다.
차재원
폴리뉴스 칼럼니스트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현)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전)
육군미래자문위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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