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30도까지 오르자 거리의 옷차림은 이미 한여름이다. 이런 날엔 진한 커피보다 입안을 가볍게 적시는 음료를 찾게 된다. 당도는 낮고, 자극은 적고, 시원한 이미지. '말차'가 딱 그런 분위기를 품고 있다.
한때는 취향으로만 여겨지던 말차가 지금은 제과·제빵, 음료, 디저트까지 범위를 넓혔다. 여름을 앞둔 식품업계도 말차를 앞세워 다시 한번 제품 라인업을 점검하고 있다.
녹차와 말차의 차이점
말차는 녹차와 같은 차나무에서 얻지만, 제조 과정이 다르다. 녹차는 수확한 잎을 닦은 뒤, 뜨거운 물에 우리는 방식으로 마신다. 반면, 말차는 수확 전 약 3~4주 동안 햇빛을 차단해 재배한 찻잎을 사용한다. 이렇게 재배된 잎은 수확 후 쪄서 말리고, 맷돌에 곱게 갈아 가루 형태로 만든다.
이 과정으로 만들어진 말차는 차를 우려내는 방식이 아니라, 가루 자체를 물에 타 마시는 형태다. 찻잎을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섭취하는 만큼, 원재료가 가진 성분을 그대로 섭취하게 된다. 또한 물에 잘 풀리도록 미세하게 갈아 만든 점도 일반 잎차와 구별된다.
말차는 카페나 가정용 음료뿐 아니라 디저트, 베이커리, 제과 제품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입자가 고운 가루 상태여서 반죽에 섞기 쉽고, 분량 조절이나 활용 범위도 넓다. 최근 출시되는 제과·음료 제품에서도 말차를 기본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카페를 넘어 제과까지 번진 '말차'
말차의 인기를 먼저 캐치한 건 프랜차이즈 카페들이다. 스타벅스는 올봄 ‘슈크림 말차 라떼’를 출시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12% 이상 증가했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상승을 기록한 말차 음료는 계절별 필수 메뉴로 자리 잡았다. 이디야커피, 매머드커피 등도 말차 라떼, 말차 크림 음료 등 제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대상다이브스는 당을 줄인 ‘제로슈거 말차파우더’를 출시했다. 티젠은 레몬과 혼합한 ‘브이핏 말차레몬’을 선보였다. 당 섭취를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말차에 주목하면서, 가루형 제품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제과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롯데웰푸드는 카페 ‘청수당’과 협업해 말차맛 빼빼로, 빈츠, 아몬드볼을 출시했다. 제주산 녹차잎으로 만든 말차를 입혀 단맛보다 쌉싸름함이 강조된 제품이다. 해태제과는 ‘홈런볼 말차딸기’를 내놨고, 오리온은 ‘초코파이 말차 쇼콜라’를 선보였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도 슈퍼말차와 협업했다. 말차가 들어간 마들렌, 샌드웨이퍼, 단백질바까지 등장했다. 이들 제품은 출시 20일 만에 1차 생산 물량이 모두 판매된 바 있다.
커피 대안으로 찾는 '말차 음료'
말차가 주목받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맛, 향, 색 외에도 성분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말차에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는 체내 활성산소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일부 연구에서는 노화 억제와 관련한 실험 결과도 보고됐다. 또한 말차는 커피 대비 속이 덜 부담스럽다. 공복 섭취에도 비교적 편하다. 그래서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들이 대안으로 찾기도 한다.
이른바 ‘디토 소비’ 현상도 말차 인기의 배경이다. 해외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말차 음료를 소개하거나 마시는 장면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 유사한 제품을 구매하는 흐름이 이어진다. 브랜드는 이런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신제품 개발과 홍보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에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선명한 색과 달콤쌉싸름한 맛이 SNS에서 인증샷 유행을 타며 주목받고 있지만, 말차는 원래부터 꾸준히 소비돼 온 재료”라며 “이를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는 이미 다양하게 출시돼 왔고, 수요도 안정적인 만큼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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