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퇴직연금 적립금이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적립금의 17.5%가 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되면서 ‘저축보다 투자’라는 퇴직연금 운용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9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3년 말 대비 49조3000억원(12.9%) 증가한 43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221조2000억원에서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2022년 이후 매년 13% 수준의 안정적인 증가세를 기록하다 2024년에는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겼다.
같은 해 연간수익률도 4.77%로 최근 2년간의 물가상승률과 예금 금리를 웃돌며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유형별로 살펴보면 확정급여형(DB)이 214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확정기여형(DC)과 기업형 IRP는 118조4000억원, 개인형 IRP는 98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DC와 IRP 비중은 각각 27.4%, 22.9%로, 전년 대비 각각 0.9%p, 3.1%p 상승하며 실적배당형 상품의 주요 운용 주체로 떠올랐다.
퇴직연금 자산의 투자 성격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된 금액은 전년 대비 무려 53.3% 늘어난 75조2000억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17.4%를 차지했다. 이는 2022년 11.3%에서 2년 만에 6.2%p 증가한 수치로, 가입자들의 투자 선호가 강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실적배당형 비중은 개인 선택이 크게 작용하는 DC형(23.3%)과 IRP(33.5%)에서 특히 높았다. 세부 상품으로는 TDF(Target Date Fund) 시리즈가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ETF는 미국 주식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들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ETF는 최대 73.43%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높은 성과를 냈다.
퇴직연금 수령 방식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감지된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 대신 연금 형태로 수령한 비율이 2024년 처음으로 전체의 과반(57.0%)을 넘어서면서 제도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점차 정착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윤택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안정성과 함께 수익률 향상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며 “과거에 비해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적립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추세이며, 퇴직연금 수익률 또한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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