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와 HMM 등 핵심 해양 산업 조직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며 ‘해양수도 부산’ 구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자체와 노조 등의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과 해양산업 집적을 명분으로 의지를 보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도 부산’ 비전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해양산업 재편과 지방균형발전이라는 두 축이 자리한다.
부산은 북극항로 개척과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의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국가 해양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특히 해운·항만·물류 분야의 핵심 기관과 기업을 집적시킴으로써 정책 실행력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의도다.
앞서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SNS를 통해 “대한민국의 해양강국 도약과 현장 중심 정책집행을 위해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고 이를 통해 조선, 물류, 북극항로 개척 등 첨단 해양산업 정책의 집행력을 확보하겠다”며 “해운, 물류 관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고 해사전문법원도 신설해 해양강국의 기반을 탄탄히 다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현재 해양수산부는 부산 이전을 위한 실무적 준비에 본격 돌입했다. 지난 5일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통해 신속한 해수부 부산 이전 준비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조직 내 추진단을 꾸릴 계획이며, 부산항 북항 또는 영도 부지를 대상으로 청사 입지를 검토 중이다.
문제는 조직 내부 반발과 지역 간 갈등이다. 해수부는 세종시에 자리한 지 수년이 지나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구성원 상당수가 수도권과 충청권에 생활기반을 두고 있어 이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해수부 공무원 600여명 가운데 대부분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예산 확보, 주거·교육 환경 조성 등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전 계획을 둘러싼 인천과 충청권의 반발도 거세다. 인천 지역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항만 자치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각 지역 해양수산청과 항만공사에 권한을 이양하는 지방분권형 정책이 타당하다”며 “부산으로의 중앙 집중은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킨다”고 반발하고 있다. 인천시는 부산항의 위상을 고려하더라도 해수부 이전은 너무 단순한 분산 발상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해수부는 이같은 지자체들의 우려에 대해 "부처 이전 계획 수립 과정에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HMM의 부산 이전도 추진되고 있다.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은 공약으로 HMM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부산 유세에서 “민간회사라 쉽지는 않겠지만 정부 출자지분이 있어 마음을 먹으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사를 옮기는 데 가장 큰 장애요인이 직원들인데 직원들이 동의했다고 한다"며 본사 이전을 강행할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HMM 내부 분위기는 이와 온도차가 있다. HMM에는 육상직 중심의 전국사무금융노조 HMM지부와 선원 중심의 해원연합노조가 있다. 이 중 약 55%를 차지하는 육상노조는 본사 이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HMM 육상노조는 지난 4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본사 이전에 대해) 직원 동의를 받은 바 없다”며 “경영 효율성 저하, 글로벌 신인도 하락, 조직 이탈 등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치적 명분으로 민간기업 이전을 밀어붙이는 것은 주주 권리와 상법 개정 방향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HMM 육상노조는 현재 1000여명의 사무직 직원 중 약 90%가 서울 본사에 근무하고 있고, 대다수가 수도권에 생활기반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졸속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정부를 향한 경고 수위를 높였다.
HMM 측은 현재 본사 이전과 관련해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의 정주 여건 변화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아직까지 회사 차원의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나 내부 검토가 진행된 바 없다고 밝혔다. 부산 이전에 대한 육상노조의 반발에 대해 HMM 관계자는 "의사결정자들에게 참고사항 정도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해수부와 HMM의 부산 이전이 정책과 산업 실행력을 통합해 부산을 명실상부한 해양수도로 만드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해수부와 HMM이 함께 부산으로 이전하게 되면, 정책과 산업 현장의 연계성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며 “단순한 기관 이전을 넘어 해양산업의 정책 집행력과 기업 실행력이 하나의 축으로 통합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집적 효과는 부산이 명실상부한 해양수도로 기능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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