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가 쏘아 올린 ‘작은 드론’···전쟁 양상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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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가 쏘아 올린 ‘작은 드론’···전쟁 양상 바꿨다

이뉴스투데이 2025-06-09 14:57: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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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략 폭격기를 공격 중인 우크라 소형 드론. [사진=SBU]
러시아 전략 폭격기를 공격 중인 우크라 소형 드론. [사진=SBU]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지난 6월 1일, 세상을 놀라게 한 작전이 러시아 본토에서 은밀하게 진행됐다. 수백 대의 소형 드론이 나무로 만든 컨테이너에서 일제히 날아올라 인근 러시아의 핵심 공군기지로 향했다. 그곳에는 러시아 공군이 자랑하는 전략폭격기와 공중조기경보기 전력이 주둔하는 공군기지였다.

같은 시각, 4000km 이상 떨어진 우크라이나 진영. 고글을 쓴 드론 조종사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 러시아 공군기지 내부를 샅샅이 비행하며 먹잇감을 찾고 있다. 이윽고 나타난 러시아 공군의 전략폭격기와 공중조기경보기. 우크라이나 본토를 미사일 공격으로 집요하게 괴롭힌 전력들이다. 소형 드론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들 항공기로 돌진했고, 곧 이들 항공기는 차례로 불길에 휩싸였다. 

치밀한 작전 끝에 성공…러 전략자산 타격

9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스파이더웹(Operation Spiderweb)’ 작전으로 명명된 이날 작전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러시아 공군의 전략폭격기와 조기경보통제기 등 핵심 전력을 기습적으로 타격하기 위해 진행된 작전이다.

작전을 위해 준비한 기간도 만만치 않았다. 정밀한 정보수집과 현지 협력자들의 도움 등 다양한 수단을 확보하는 데까지 1년 반 이상이 걸렸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국경 너머로 드론 부품을 러시아 내로 몰래 반입해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 방법을 통해 러시아 내부로 공격용 소형 드론을 배치하는 데 성공했다.

작전에는 117대의 드론이 투입됐다. 우크라이나가 사용한 드론은 ‘오사(Osa)’라는 쿼드콥터 형태의 1인칭 시점(First-Person View, FPV)의 소형 드론. 조종사가 드론에 달린 카메라로 실시간 영상을 고글로 보면서 마치 직접 드론에 탑승한 것처럼 조종할 수 있는 드론이다. 게다가 이날 작전에 투입된 소형 드론들은 인공지능(AI)을 통해 공격 대상에 대한 학습까지 마쳐 표적을 정밀하게 공격할 수 있었다.

작전은 러시아 이르쿠츠크주의 벨라야 기지를 비롯해 무르만스크주의 올레냐 기지, 랴잔주의 디아길레프 기지, 이바노보주의 이바노보 기지 등 러시아군의 주요 공군기지에서 이뤄졌다. 공격에 나선 드론들은 이들 4개 공군기지에 동시다발적으로 접근해 Tu-95, Tu-22M3, Tu-160 등의 전략폭격기와 A-50 조기경보통제기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이번 작전에는AI로 표적을 학습한 소형 드론 117대가 사용됐다. [사진=SBU]
이번 작전에는AI로 표적을 학습한 소형 드론 117대가 사용됐다. [사진=SBU]

허 찔린 러시아…전 세계 군에 경각심 제고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전략폭격기들과 조기경보통제기 등 41대 이상의 군용기를 파괴하거나 손상을 입혔다”면서 “러시아군이 입은 피해 금액은 약 70억달러(한화 약 9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투하할 수 있는 폭격기들 중 34%에 해당하는 전력이다. 이를 두고 군사 전문가들은 향후 러시아의 미사일 투하 능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번 작전 결과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절반은 영구적으로 복구하기 힘들고, 일부는 수리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 본토 깊숙한 기지는 안전할 것이라는 러시아의 방심에 허를 찔렀다. 특히 러시아는 소형 드론에 대한 대응 체계의 허점까지 드러내면서 전략 자산 손실과 함께 군사 강국으로서의 자존심까지 구겼다.

무엇보다 이번 작전은 소형 드론의 위협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그리고 방공망이 잘 갖춰진 군사 강국이라도 소형 드론의 기습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전 세계 군에 알린 계기가 됐다. 특히 미국도 지난 2023년 12월, F-22 전투기가 다수 배치된 랭글리-유스티스 합동기지 상공에 정체불명의 소형 드론이 출몰했던 사건을 겪었던 만큼 이번 작전을 심각하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국내 드론 전문가들도 이번 작전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예비역 육군 소장인 임영갑 한국드론혁신협회장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 특히 1인칭 시점으로 조종하는 FPV(First Person View) 드론 활용이 전쟁 양상을 크게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 회장은 “영국 기관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3년 2월부터 9월까지 FPV 드론을 활용한 전투가 25배가 증가했을 정도로 전쟁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면서 “전쟁 초기에는 고가의 공격형 드론이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저가형 FPV 드론과 자폭형 드론이 전장의 주력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임 회장은 특히 “FPV 드론은 저렴한 제작비 대비 전술적 효과가 상당해 향후 소형 드론의 성능 개선과 이를 활용한 작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번 작전에 사용된 117대의 드론을 제작하는 데 든 비용은 약 6억원. 이 돈을 들여 러시아군에 약 9조 7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힌 셈이다.

아울러 최근 중국은 20~30km까지 전파 교란에도 비행할 수 있도록 광섬유로 조종할 수 있는 소형 드론을 개발하고 있어 소형 드론의 치명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AI 드론 개발 붐…FPV 드론·AI에 주목 

AI 드론의 이 같은 치명성은 전 세계 군사 강국들의 AI 드론 개발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AI 무기체계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 2022년 에어로바이런먼트가 AI 기능을 탑재한 자폭드론 스위치블레이드 600L을 공개한 바 있다.

미국과 군사력 경쟁을 벌이는 중국은 국영 방산기업인 중국북방공업그룹(NORINCO)이 자율공격시스템과 군사 로봇기술을 통합해 소형 전술 임무를 위한 AI 기반의 군집비행 솔루션인 블로피시 A3 드론을 개발했다.

우크라이나에 허를 찔린 러시아도 이미 자폭드론을 개발한 바 있다. 러시아의 무인기 개발 전문 기업인 잘라 에어로그룹은 지난 2019년 AI를 탑재해 자동으로 표적을 식별할 수 있는 고정밀 자폭드론 컵-블라(KUB-BLA)를 개발했다.

국내 드론 업체들도 이번 작전을 주의 깊게 분석하고 있다. 드론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주목받는 FPV 드론과 비전 AI 기술의 결합이 공격 정밀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게자는 “기존에는 전차, 트럭 등 이동 표적을 주로 노렸지만, 이번 작전처럼 후방의 전략 자산을 표적으로 삼는 등 표적 선정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AI 기반 표적 인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학습 소요 시간과 난이도가 줄었고, 이는 드론 전술의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지상 트럭 기반으로 소형 드론의 작전반경을 크게 향상시킨 사례처럼 대형 무인기(모선)에서 소형 드론을 다수 발진시키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미 중국 등에서 모선 기반의 드론 운용 무기체계의 시범 비행을 예고하고 있어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드론의 작전 반경과 공격 능력이 크게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 소형 드론 개발에서 AI 기반 표적 인식 기술이 강조되고 있다. [사진=SBU]
최근 소형 드론 개발에서 AI 기반 표적 인식 기술이 강조되고 있다. [사진=SBU]

군사용 소형 드론시장 성장 가속

한편, 군사용 소형 드론 시장은 군사적 활용 증가로 현재 급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소형 드론 시장 규모는 2023년 169억달러(약 22조9000억원)에서 2030년 770억달러(약 104조5000억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작전을 계기로 소형 드론 시장의 성장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러-우 전쟁으로 군사 목적의 드론 사용이 증가했다”면서 “특히 양국은 드론을 활용해 서로의 군사 활동과 장비, 인원 등을 모니터링하거나 공격에 사용하는 등 전투 목적을 위한 드론 구매에 지출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지난 2023년 1월 드론 구매에 약 5억5000만달러(약 7400억원)를 할당해 드론 도입을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3월에는 정찰 및 장거리 적 표적 공격을 위한 드론 프로그램을 확장한다고 발표하면서 80개 이상의 우크라이나 기반 드론 제조업체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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