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한국 정부가 미국 상무부에 한국산 핵심광물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 자제를 공식 요청하며, 미국 내 공급망 안정과 한미 경제 동맹의 지속 강화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상무부가 추진 중인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대한 공식 의견서를 지난 5월 15일자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산업부에 따르면 의견서에서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굳건한 지지자이며,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신뢰할 수 있는 안보 파트너"라고 강조하며, 한국산 핵심광물 및 관련 제품에 대한 우호적인 조치를 요청했다. 핵심광물은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전자, 항공우주 등 전략 산업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미국은 현재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핵심광물 수입에 관세나 수입 제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자국 내 생산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입 규제는 오히려 미국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의견서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내 총 587억 달러(한화 약 80조 원)를 투자 중이며, 이는 미국의 핵심 산업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이 같은 기업 활동에 차질이 발생하면 미국 내 일자리와 첨단 제조 기반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한국 기업들이 미국 공급망에 필수적인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는 동시에, 핵심광물의 가공 및 수출에서도 전략적 역할을 맡고 있다"며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별도로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의 수입 규제는 불공정한 무역을 일삼는 특정 국가에만 한정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만약 관세 부과가 불가피하다면 "한국에는 최소 5년의 예외 조치를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LG화학 등 배터리 주요 4사는 각자 의견서를 통해 미국 내 공장 투자, 고용 창출, 현지 조달 계획 등을 상세히 설명하며, "정책 불확실성으로 미국 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현대차가 회원사로 있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 로비 단체 자동차혁신연합(AAI) 역시 미국 상무부에 공식적으로 우려를 전달했다.
AAI는 "미국이 국내에서 핵심광물을 자급하기 전까지는 동맹국과의 협력 없이는 공급망 안정을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수입 제한은 오히려 미국 내 생산비를 높이고, 차량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통상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 글로벌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전략 경쟁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특히 미국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로 자국 중심 제조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처럼 이미 공급망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는 파트너 국가들과의 갈등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워싱턴 소재 한 통상 전문 로펌 관계자는 "한국은 유럽, 일본과 함께 미국이 믿을 수 있는 핵심광물 공급 파트너"라며 "전방위 공급망 강화 전략에서 우군에게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전략적 자해행위"라고 꼬집었다.
미국은 공급망 주도권 확보를 위한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선택지는 뚜렷하다. 전략적 동맹국과의 상생적 협력, 또는 자국 중심 보호무역으로 인한 역풍.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 내 산업 성장의 동반자임을 재차 확인하며, 규제보다는 협력에 방점을 찍은 해법을 촉구하고 있다.
이제 공은 미국 상무부의 손에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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