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웅 칼럼]김용범 정책수석·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모두 '내수'에 방점…재정 역할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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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칼럼]김용범 정책수석·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모두 '내수'에 방점…재정 역할 커질 듯

비즈니스플러스 2025-06-09 09: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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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주필
이용웅 주필

한국은 지금 축적의 성공이 순환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분기점에 서 있다. 경상흑자는 유지되고, 외환보유는 충분하지만, 민간 소비는 위축되어 있고, 청년과 중장년 모두 소비 여력이 부족하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회복 탄력성이 약하다. 투자는 부동산이나 안전자산에 집중되고, 생산적인 투자로의 전환은 더디다. 이 구조가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는 일본형 정체 또는 ‘고립된 흑자국’의 길로 진입할 수 있다. 외형상 재정은 건전하고, 수출도 지속되지만, 내부에서는 성장 동력과 경제 활력이 고갈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김용범 정책수석 페이스북 글에서)


무역적자를 본다는 것은 생산에 비해 소비를 많이 한다는 이야기와 같다. 거꾸로 무역흑자를 본다는 것은 생산은 많이 하면서도 소비를 못 하고 저축에 몰두하는 것과 같다. 미국은 국내총생산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8%에 이른다. 하지만 한국은 이 비율이 49%에 불과하다.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중앙일보 기고문에서)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이재명 정부의 초기 내각인선은 총리내정자인 김민석 후보의 청문회 일정 등에 따라 뒤로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먼저 대통령실 수석 인사가 잇따르고 있는데, 아무래도 경제가 핫 이슈인 만큼 김용범 정책수석,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의 경제관에 시중의 관심이 쏠려 있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 본인의 경제관이 가장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인선을 통해 이제 막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정책 흐름을 짐작해볼수도 있는 것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이 지난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실 1차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맨 왼쪽이 김용범 정책수석, 맨 오른쪽은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 사진=연합뉴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이 지난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실 1차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맨 왼쪽이 김용범 정책수석, 맨 오른쪽은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 사진=연합뉴스

◇수출주도형 구조에서 내외수 동반 성장에 방점 찍는 이재명 정부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바 있는 김용범 수석은 "지금 필요한 것은 단지 경기부양이나 세금 인하가 아니라, 경제의 구조적 전환이다. 우리는 '축적'된 자원을 이제 '순환'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재정정책은 그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수석은 평소 정책 설계의 핵심 방향으로 세 가지를 중점 제시한 바 있다.  

첫째, 생애 전 주기에서 소득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

둘째, 공공지출이 소비와 고용으로 연결되도록 구조화하는 것.

셋째, 수출성과가 내수와 중소기업으로 파급되도록 산업 내 연결 경로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김 수석은 결론적으로 "이제는 '돈이 얼마나 모였는가'가 아니라, '그 돈이 어디로 어떻게 돌고 있는가'를 따져야 할 때이다. 축적은 지켰다. 이제 순환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은 한국경제를 진단하면서 "지금 가계는 고령화, 소득 양극화, 부채에 눌려 있다. 부동산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민간 소비와 투자가 스스로 회복되긴 어렵다. 사정이 이러하니 지금 한국경제에서 재정확장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재정을 무작정 늘려 쓸수는 없는 일이다. 

김 수석은 합리적인 재정지출을 위해 '구조개선형 재정'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쉽게 말하자면 재정을 써야하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쓰려면 제대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수석은 '구조개선형 재정'의 기준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그 다음으로는 민간이 다시 움직이게 하는 수단으로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그런 재정투입을 '미래 재정에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이같은 구조개선형 재정을 'growth-friendly spending'(성장친화형 재정지출)으로 부른다. 

하준경 수석은 언론기고문에서 "한국은 내수와 국민 행복을 일정 정도 포기하면서 미국 국채라는 안전자산을 쌓았고, 그 돈이 미국 국민의 활발한 소비와 국방비 지출에 일조했던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에 투자될 수 있었던 거액의 돈이 미국에 투자돼 미국 일자리를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이 시스템은 만성적 내수 부진, 내수 일자리의 질적 저하, 청년 일자리의 부족과 저출산의 심화로까지 연결되는 것이어서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제가 이제 수출주도형 성장에서 내수 확충을 고민해야 할 때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 수석은 또 다른 기고문에서는 이렇게 강조했다. 

"지금으로서는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내수를 살리면서 수출의 질적 경쟁력과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산업정책을 펴는 것이 더 긴요해 보인다. 통화정책은 운신의 폭이 좁지만 거시경제 및 금융 부문의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경제를 살리는 무기로 금리인하 보다는 맞춤형 재정확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신설된 재정기획보좌관으로 임명된 류덕현 중앙대 교수 역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해온 학자이다.  

김용범, 하준경 두 수석이 강조하는 재정은 지금 당장 논의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과는 결이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 의장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올 초 민주당은 35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35조원에서 (1차 추경) 14조원 정도를 빼면 20조~21조원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게 당의 기본 입장"이라고 언급하면서 20조원 이상의 추경예산안이 논의되고 있다. 

추경은 당장 0%대의 저성장 경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 처방전이고 앞에서 언급한 대통령실 수석들이 강조하는 재정의 역할은 한국경제의 구조를 혁신하는 중장기 과제로 언급되고 있으니 단순한 돈풀기로 이해하면 안 될 것이다. 

우선 내년도 예산은 700조원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산은 673조3000억원이었다.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특단의 대책이 같이 논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김용범 수석이 주력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재정확충 가능할까…금산분리 원칙에 변수 생길 수도

최근까지 국내 최대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 해시드오픈리서치에서 대표로 활동해온 김용범 수석의 등장으로 원화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 수석은 본인의 SNS는 물론 각종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해왔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준비자산으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재정 위기 속에서도 이를 디지털 달러의 외연으로 활용하며 통화 질서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넘어 유통되는 디지털 중심 통화로 자리잡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통해 달러 체제 유지와 국채 수요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김 수석은 미국은 이미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으로 세계 금융질서를 재편하고 있다고 거듭 거론한 뒤 "인터넷 시대에 검색엔진, 메신저, 디지털 게임을 자국 기술로 모두 개발하고 운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미국, 중국, 대한민국 세 나라뿐이다. 즉, 대한민국은 디지털 G3강국이다. 그런데 지금 그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뒷걸음질을 멈추고 대한민국이 디지털 G2로 도약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저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제대로 설계하는 것이 그러한 노력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트럼프 시대의 등장관 함께 위태롭기 그지없는 달러패권의 원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란 다름 아닌 미국 국채를 담보로 쓰고 있다. 달러베이스 스테이블코인이 많아지면 요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미국 국채 수요를 채워주고 국채 금리를 떨어트리는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한국 국채를 담보로 할 수도 있고 또 그래야만 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으로 국채 수요가 많아지면 구태여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재정이 확충될 수도 있는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확장재정의 응원군으로 활약할 수도 있음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에 긍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초 경제 유튜버들과 대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놔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의 입장이 그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라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때문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법적으로 허용할 경우 발행 인가 단계부터 한은의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원화를 기반으로 한다면서 한국은행과의 조율없이 스테이블 코인을 무작정 발행할 수도 없는 일이기는 하다.  

게다가 은행권이 아니라 비은행권도 원화기반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뛰어들게 되면 상법개정안까지 추진하는 민주당 정권에서 '금산분리 원칙'이 크게 훼손되는 모순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아무튼 확장재정을 통해 가라앉은 내수 기반을 확충하고 구조개혁을 완수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은 뜻이 좋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풀리지만은 않을 것이다. 

재정건전성 확보는 어느 정부든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이유는 아직은 재정건전성이 확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재정투입이 한국경제의 구원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부작용을 미리 예측하고 사회적 갈등구조화를 최소화하는 정치력이 경제요인 못지않게 중요해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역시 보다 깊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이용웅 주필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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