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온라인 플랫폼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과의 통상 문제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70석이 넘는 제1당이기 때문에 당·정이 마음만 먹으면 플랫폼 규제법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일단 대통령 주요 공약이기 때문에 지난 정부에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나 플랫폼 경쟁촉진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또는 유사한 법안이 새 정부에서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법안 통과에만 급급할 경우 글로벌 플랫폼과의 문제 때문에 국내 기업에게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선 공약집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 해소와 입점 사업자 보호를 핵심 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법을 제정해 플랫폼 입점업체 보호와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시장공정화법, 국내·외 거대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남용 등 독과점 폐혜 방지법도 도입할 뜻을 내비쳤다.
국내외 거대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의 단체 등록제 및 협상권 부여 △국내 매출 신고 의무 강화 △망 이용 계약 제도화 △디지털 서비스 장애 고지 의무화 등 다각적인 규제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배달 플랫폼에 대해서는 수수료 상한제와 수수료율 차별 금지 도입을 약속하며 입점 소상공인 보호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플랫폼 규제의 주체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분산된 상황을 개선하고, 플랫폼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한 유상운송보험 가입 및 안전교육 의무화 조치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법안 통과 움직임은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미 지배적 플랫폼에 대해 사후 추정으로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탄핵 이전 정권에서 추진한 바 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개정 발표 이전 애초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추진했었고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준비했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경우, 당시 관계 부처 합의를 끝냈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과 비교해 보면 사전 지정규제를 사후 추정으로 바꾼 것 외에는 큰 차이가 없어 이재명 정부에서는 플랫폼 규제 주도권을 공정위가 갖게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변수는 미국과의 통상 문제다. 작년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 망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한 ‘망 이용계약 공정화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속 발의됐지만 사실상 미국과 통상 문제로 국회 문턱을 못넘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기업 간 사적 계약 원칙을 존중하되 불공정행위 방지를 위한 사후 규제 방식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미국 상무부 등이 반대하며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역시나 온라인 플랫폼법을 두고 최근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디지털 무역 장벽 철폐를 촉구했다. CCIA는 플랫폼 경쟁 촉진법(PCPA) 추진 중단과 더불어, 인공지능(AI) 규제 요건 완화 등 디지털 서비스 및 클라우드 인프라 등 각종 IT 분야 디지털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CCIA는 한국의 데이터 거버넌스 및 경쟁 규제를 미국 및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조정할 것을 요구했으며, 플랫폼 경쟁 촉진법과 같은 입법 추진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몇 년 전에는 미국 상공회의소가 공정위의 플랫폼 경쟁 촉진법에 대해 무역 합의를 위반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적이 있다.
미국이 온라인 플랫폼법(플랫폼 경쟁 촉진법) 제정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법안 통과에만 집중할 경우 ‘규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해외 빅테크 기업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플랫폼 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고의 통상 이슈로 국내 플랫폼 기업에만 규제 의무가 과도하게 적용될 경우,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며 “플랫폼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국내외 업계 및 이해관계자와 폭넓게 소통하고 의견수렴을 통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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