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향의 책읽어주는 선생님'
화제의 전시 《론 뮤익 Ron Mueck》을 봤다. <예술가의 작업실> 시리즈에서 '아니 에르노'를 보는 날, 같이 보기로 한 것이다. 미리 예약했고, 토요일이지만 슬렁슬렁 봤는데, 나오자마자 깜짝 놀랐다. 대기줄이 놀랍게 이어지고 있었다. 예술가의>
아마도 오후에는 현장판매를 하는 것 같다. 국립현대 온 것 중에 가장 많은 인파를 목도했다. 작품이 시대정서에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 알게 되었다. 브로셔도 특별제작판이고 국립현대미술관기획 중 가장 트렌디한 것 같다.
23년 파리전시와 24년 네덜란드 Voorlinden뮤지엄 전시 소식에 꼭 보고싶다 했었는데,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왔다. 다만 장소성에 따라 작품은 다르게 보이는 것 같다.
론 뮤익(1958~)의 평생 작품이 48점이라니 얼마나 공들여 제작하는지 알 수 있다. 하종현 작가처럼 그도 노동집약이다. 과정을 다룬 다큐에서 드러난다. 사진을 찍으려는 관객들의 동선이 작품 주변으로 모이게 되어 있어, 촬영은 심히 어려웠다.
심지어 대충 휘리릭 찍으려던 나는 인물 모드로 해놓았는데 촛점이 다 나가버렸다. 극사실주의 조작 작품을 흐릿하게 찍어버리다니, 아이러니가 아닌가. 어쨌든 론 뮤익은 익히 알려진 극사실 조각가이며, 그가 던지는 인간의 삶에 관한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
비정한 삶을 인물 크기 변화를 통해 각성의 효과를 유도한다. 그래서 실제 작품을 보는 것은, 크기 실감을 통해 차이 인식에 있지 않을까.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리얼함에 감동하는 '너무 진짜 같다'에서.
그래서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사진을 같이 올려본다. 실제로 봤을 때보다 표정에서 드러나는 슬픔이 사진 속에서 더욱 명확해지는 것도 아이러니다. 근육 없는 저 비루한 몸들과 고단한 삶의 표정들, 에르메스가 아닌 주황색 봉지로 쇼핑한 여인, 그러다 결국은 유한한 두개골들로 던져졌다. 다층적인 메시지와 질문들이 난무해서 머릿속은 한 없이 복잡해진다. 그래서 정영선 정원의 바람꽃을 보며 마음을 가라 앉히고 아니 에르노를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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