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는 여름에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과일 중 하나로 국내 시장이나 마트 어디에서든 쉽게 볼 수 있다. 전체 생산량의 70~80%가 경북 성주에서 나온다. 한국 참외는 당도가 높고 아삭한 식감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선 매년 여름이면 일상적으로 먹는 과일이다. 이렇듯 한국에서는 길거리에 널리고 널린 흔한 참외가 해외에서는 전혀 다른 취급을 받고 있다.
한국에선 흔한 과일 참외, 베트남에선 ‘프리미엄 과일’
지난해 3월부터 베트남 롯데마트 매장에 성주 참외가 정식 판매되기 시작했다. 한 달 만에 멜론류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며 빠르게 자리 잡았다. 베트남 설 명절 기간에는 제사상에 고급 과일을 올리는 문화가 있다. 이때 사용되는 과일로 한국산 참외가 선택되고 있다. 베트남에서 한국의 참외가 명절을 대표하는 고급 품목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참외의 베트남 수출은 2008년부터 추진됐다. 병해충 위험성 평가, 검역 절차 조정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절차는 무려 17년 동안 이어졌고 지난해 4월에 열린 양국 식물검역 회의에서 드디어 협상이 마무리됐다. 이후 성주 내 일부 농가가 생산한 참외가 베트남으로 정식 수출되기 시작했다. 수출용 참외는 비파괴 당도 검사와 외관 선별을 거친다. 일반 유통 참외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성주 참외는 베트남 외에도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10년 넘게 코스트코와 지역 슈퍼마켓에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특히 월항농협은 올해 참외 수출액이 베트남 40만 달러를 포함해 총 120만~150만 달러 (16억~30억)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과일이 해외 시장에서 우수한 품질과 브랜드를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만의 품종 참외의 역사
한국 여름철을 대표하는 과일인 노란 참외는 영어로 ‘코리안 멜론’이라 불린다. 이름 그대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품종이다. 외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참외는 ‘참’과 ‘외’가 결합된 이름이다. ‘참’은 좋다, 훌륭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지만 엄밀히 따지면 과채류에 속한다. 수박처럼 식물학적으로는 멜론과 같은 분류에 들어간다. 원산지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으로, 이후 유럽 남부와 이집트를 거쳐 네트 멜론으로 발전했다. 해당 계통이 인도와 중국을 지나 한반도에 도착하며 현재의 참외가 됐다.
중국에서는 기원전부터 참외를 키웠다고 한다. 당시 참외는 껍질이 초록색이고 단맛도 오이보다 살짝 강한 정도였다. 일본에서도 한동안 재배했다. 특히 1960년대 초반까지는 꽤 널리 퍼졌지만 멜론의 인기에 밀려 생산이 중단됐고 지금은 일본에서도 참외를 보기 어렵다.
현재 한국에서 판매되는 참외는 대부분 국내에서 개발된 품종이다. 해외에서는 거의 재배되지 않아 국제식품분류에서도 ‘코리안 멜론’이라는 명칭을 따로 부여했다. 한국 고유 품종으로 공식 등록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참외가 언제부터 먹혔는지는 고문헌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 참외는 통일신라 시기를 다룬 ‘해동역사’, 고려 시대의 ‘고려사’에는 여름철 참외를 먹는 기록이 등장한다. 삼국 시대부터 재배된 것으로 보인다. 고려 문인들은 여름에 참외를 먹는 기쁨을 글로 남기기도 했다. 일본에 파견된 조선통신사들이 받은 선물 목록에도 참외가 자주 등장한다. 선물로 너무 많이 받아 나중에는 거절했다는 일화도 있다.
조선 시대에는 수박이 특권층 전유물이었던 반면 참외는 누구나 먹을 수 있었다. 양반부터 서민까지 부담 없이 구할 수 있는 과일이었다. 특히 보릿고개 시기, 식량이 부족한 농민들에게는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기도 했다. 때문에 참외는 지역마다 고유 품종이 발전했다. 개구리 참외, 꾀꼬리 참외, 먹통 참외, 감참외, 술통 참외, 수박 참외 등 이름도 모습도 제각각이었다.
1957년 일본에서 은천참외가 국내에 들어오며 기존 재래종은 점차 사라졌다. 은천참외는 당도가 높고 외형이 균일해 상품성이 좋았다. 이후 1984년 은천참외와 러시아 멜론을 교잡한 ‘금싸라기 참외’가 개발됐다. 금싸라기 참외는 배꼽이 작고 조은에 강한 품종이다. 식감도 아삭하고 단맛도 높아 소비자 선호도가 높았다. 이후 금싸라기 품종이 계속 개량돼 ‘오복금싸라기’, ‘스마트꿀’, ‘신금싸라기’, ‘대박’ 등의 이름으로 발전했다.
참외는 현재 경북 성주, 전북 익산, 충남 천안 등지에서 대규모로 재배되고 있다. 천안 지역에서는 지금도 개구리참외, 개똥참외, 사과참외 같은 재래종을 고집하는 농가가 존재한다. 이 중 당도가 낮은 개구리참외는 당뇨 환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한국 여름의 대표 과일 참외는 수천 년에 걸쳐 재배 역사와 독자 품종 개발을 통해 오직 이 땅에서만 이어져온 식문화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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