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토마스 프랑크 감독은 토트넘홋스퍼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로는 꽤 매력적인 카드다. 다만 빅클럽에서 검증은 필요하다.
토트넘이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결별을 결정했다. 토트넘은 7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성과를 검토하고 심사숙고한 결과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직무에서 해임됐음을 밝힌다. 앤지가 지난 2년간 보여준 헌신과 기여도에 큰 감사를 보낸다. 유럽대항전 트로피를 우리 구단에 선사해 준 단 3명뿐인 감독 중 하나로 언제나 기억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유는 역시 성적 부진이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를 들어올리며 17년 만에 우승컵을 획득한 건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 한 시즌 최다패(22패), 최저 승점(승점 38), 최저 순위(17위) 등을 모두 달성하며 안 좋은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웠다. 유로파리그 우승에 실패했다면 PL 창설 이후 저점을 찍을 수도 있었다. 토트넘의 결정은 이성적인 면에서 지당하다.
후임으로는 브렌트퍼드를 이끄는 프랑크 감독이 거론된다. 런던 구단 공신력이 좋은 영국 ‘스카이스포츠’의 리얄 토마스 기자는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후임으로 프랑크 감독을 가장 우선 순위에 놓았다”라고 전했다. 마르코 실바 풀럼 감독도 물망에 올라있지만 현재로서는 프랑크 감독이 앞서있다.
프랑크 감독은 뛰어난 상대 맞춤 전술 능력과 다양한 게임 플랜으로 실리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강한 압박과 빠른 템포의 축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굳이 토트넘 상황에 비유하자면 ‘훨씬 유연한 포스테코글루’인 셈이다. 다양한 게임 플랜과 확고한 전술 기조가 결합돼 프랑크 감독은 축구 지능이나 전술 이해도가 높은 선수들을 중용하는 경향이 있다.
전술만 놓고 보면 토트넘에 일정 부분 부합하는 인물이다. 프랑크 감독은 기본적으로 4-3-3 내지 4-2-3-1 전형을 사용하는데, 토트넘이 포스테코글루 감독 밑에서 익숙하게 뛰어온 포메이션이다. 활동량 기반의 빠른 압박 축구 역시 토트넘이 지난 2년간 구현하고자 노력했던 바와 같다.
또한 토트넘은 프랑크 감독을 통해 유망주 육성이 제대로 이뤄지리라 기대한다. 프랑크 감독은 브렌트퍼드 시절 다양한 유망주의 잠재력을 만개시켰다. 스트라이커만 봐도 올리 왓킨스, 아이반 토니에 이어 이번 시즌 브라이언 음뵈모를 제대로 활용했다. 음뵈모는 PL에서 20골을 넣어 모하메드 살라, 알렉산데르 이사크, 엘링 홀란에 이어 득점 4위에 올랐으며 현재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진하게 연결되고 있다. 이러한 육성 능력은 23세 이하 선수 영입에 집중하고 있는 토트넘의 새로운 이적 정책과 시너지를 낼 걸로 기대된다.
프랑크 감독을 설명할 때 브렌트퍼드의 독특한 시스템을 빼놓을 수는 없다. 브렌트퍼드 구단주인 매튜 벤엄은 체계적인 데이터 기반 분석을 통한 운영으로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의 토니 블룸과 함께 ‘축구식 머니볼’을 실현시킨 장본인이다. 수치로 환산되는 시스템을 신봉하기 때문에 아카데미보다 20세를 전후하는 선수가 주축인 B팀을 주된 유망주 공급처로 삼는다. 김지수도 이러한 시스템에서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다. 또한 브렌트퍼드 감독의 역할은 구단 운영을 총괄하는 ‘매니저’가 아닌 경기 전략 수립에 집중하는 ‘헤드 코치’로 한정된다.
프랑크 감독은 브렌트퍼드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이다. 토트넘 역시 구단 운영에 있어 감독의 역할이 한정적인데, 브렌트퍼드만큼은 아니다. 프랑크 감독을 선임하는 데 있어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비슷한 시스템 속에서 성과를 냈던 브라이턴의 그레이엄 포터 감독은 빅클럽인 첼시로 이적한 뒤 성적 부진을 겪고 한 시즌도 안돼 경질됐다. 지금처럼 프리시즌이 아닌 시즌 도중에 부임했다는 특수성은 있지만, 토트넘 입장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실패 사례다.
큰 무대 경험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 프랑크 감독은 본격적인 유럽대항전을 겪은 적이 없다. 브뢴비 감독 시절 유로파리그 예선까지 진출했지만 본선 무대 경험은 없었다. 토트넘은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심한 프랑크 감독 축구가 예상보다 빠르게 한계를 맞이할 수도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토트넘홋스퍼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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