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고급 생선 이야기가 나오면 단연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바로 돌돔이다. 단단한 살결에 고소한 기름기까지 더해져 씹을수록 감칠맛이 배어 나오며, 가격대는 물론 취급 방식까지 특별하게 여겨지는 생선이다.
특히 회로 먹었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나기 때문에, 구이나 탕보다는 생으로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에선 돌돔을 익혀서 먹는 건 낭비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런데 돌돔 못지않게 단단한 식감을 자랑하면서도 가격은 훨씬 부담 없는 생선이 있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맛은 결코 뒤처지지 않는 생선이다. 바로 '아홉동가리'다.
여름이 제철인 이 생선은 돌돔과 유사한 생김새와 식감을 지녔고, 회로 먹었을 때도 단단하고 쫄깃한 질감이 살아 있어 대체용으로도 손색없다. 아홉동가리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흑갈색 무늬를 아홉 개 가지고 있는 '아홉동가리'
제주도에서는 논쟁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아홉동가리는 농어목 다동가리과의 바닷물고기로, 일부 지역에서는 돌돔의 치어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몸길이는 최대 45cm까지 자라는 중형 어류이며,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의 수심 2m의 해조류가 있는 얕은 암초 지역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홉동가리의 몸은 옆으로 납작하며 주둥이는 작고 두터우며 앞으로 늘어날 수 있다. 머리 뒤쪽에서부터 꼬리자루까지는 아홉 줄의 흑갈색 사선 무늬가 몸통을 가로질러 나타난다.
아홉동가리라는 이름 역시 이 줄무늬가 아홉 개인 것에서 유래했으며, 무늬가 여덟 개인 것은 '여덟동가리'라 불린다. 꼬리지느러미는 회갈색 바탕이며 윗조각에 작은 흰색 점이 흩어져 있다.
아홉동가리는 낮에 주로 활동하는 주행성 어류로, 무리를 이루지 않고 홀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동작은 상당히 느린 편이다. 대개 그늘이나 암초 위에서 해초나 작은 생물을 먹으며, 평소에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천적이 나타나면 박자를 맞추듯 이리저리 움직이며 도망간다.
활어회로 먹을 때 더 맛있는 아홉동가리 먹는 법
아홉동가리는 해초를 섭취하기 때문에 갯내가 날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내장을 터뜨리지 않고 조심하여 숙련된 손질을 거친다면 횟감으로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 어종이다. 가격 또한 저렴한 편이라 지갑 사정에 크게 부담이 되지도 않는다.
돌돔 같은 고급 어종에서 느낄 수 있는 진한 고소함이 배어나는 풍미를 느끼기는 어렵지만 식감만 놓고 본다면 부족함이 없으며, 단단한 육질 속에서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은은하게 묻어나와 먹기가 좋다.
실제로 아홉동가리는 혈합육 쪽에 미세한 지방층이 분포하고 있어 고소한 감칠맛이 나고, 나머지 부분은 하얀 근육이 많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아홉동가리는 숙성 회보다는 활어회를 먹는 것이 좋다. 아홉동가리를 싫어하는 이들은 암모니아 향이 느껴지는 갯내가 나서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하는데, 이는 아홉동가리의 내장이 손상되거나 빠르게 부패하면서 나는 냄새다.
이는 아홉동가리를 잡은 뒤 내장을 터트리지 않고 빠르게 손질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죽은 아홉동가리는 내장 냄새가 살에 배어들기 쉬워 맛을 망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아홉동가리는 횟집에서 바로 잡아 냄새가 배지 않는 활어회를 먹는 것이 좋으며, 아홉동가리가 자주 잡히는 제주도 등지에는 이런 횟집이 많으므로 방문해 보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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