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한동안 얼어붙었던 미국과 중국 간 외교·무역 채널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오전(미국 동부시간 기준) 90분간 전화 통화를 진행, 사실상 관세 전쟁 이후 교착 상태에 빠졌던 협상 테이블을 다시 여는 데 합의했다.
6일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통화는 지난 1월 17일 이후 130여일 만의 공식 소통으로, 양측 모두 "생산적이고, 전략적인 대화였다"고 평가하며 후속 회담 개최에 공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직후 본인의 SNS(트루스소셜)에 직접 글을 올려 "방금 시진핑 주석과 무역 문제를 중심으로 매우 유익한 통화를 했다"며 "양국 협상팀이 곧 만날 것이며, 장소와 시간은 조만간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 협상단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끌 예정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조속한 고위급 회담 재개에 뜻을 모았다"고 보도하며 양국이 실질적인 협상 수순에 돌입했음을 시사했다.
이번 통화에서 가장 큰 성과는 최근 양국 갈등의 핵심 축이었던 희토류 수출통제, 중국인 유학생 제한 조치, 반도체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 일정 부분 접점을 찾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후 "희토류와 관련해 더 이상 질문할 것이 없다"고 언급하며 중국 측의 태도 변화나 기술적 협상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는 미국의 전기차·반도체·방산 산업에서 핵심 자원인 희토류 확보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로 해석된다.
또한 중국 유학생 문제에 대해서도 신화통신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중국 유학생을 환영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하면서, 기존의 비자 제한 정책에서 한 발 물러난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AI 관련 핵심 기술 수출통제가 "WTO 원칙 위반이며 비차별 원칙에 반한다"고 강하게 반발해왔으나, 이번 통화에서는 관련 갈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합의한 '관세 휴전'(상호 115%P 관세 감축)에 이어 90일간 추가 협상 기간을 부여한 뒤, 갈등이 격화되며 실질적 대화가 중단됐던 상황을 되돌려놓기 위한 의지를 확인한 셈이다.
다만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의 온도차는 여전한 모습이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은 응당 신중하게 대만 문제를 처리해야 하며, 극소수 대만 분리주의 세력이 중미 관계를 충돌로 끌고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SNS 게시물에는 대만 관련 언급이 일절 없었다. 이는 미묘한 외교적 거리 두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통화 말미에 상호 방문 카드도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나와 영부인을 중국으로 초청했다. 나 역시 화답했다"고 전했으며, 백악관에서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 중에는 "나는 조만간 중국을 방문할 것이며 시 주석도 미국에 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올해 하반기 중 미국과 중국 정상이 직접 만나 외교적 중재·타결을 시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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