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미국 정부가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전격 인상하면서, 한국 중소 제조업체들 사이에 초비상이 걸렸다. 예고 없는 관세 폭탄은 대미 수출을 사실상 '중단 수준'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심지어 중국의 글로벌 덤핑 여파로 미국 외 지역까지 수출 절벽을 겪는 이중·삼중의 위기까지 겹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품목에 기존 25% 관세를 50%로 인상했다. 단 3개월 만에 두 배로 오른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급발진' 관세 조치에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행 선적이 끝난 제품에 갑자기 관세가 두 배가 되면, 바이어는 물론 현장 또한 패닉이라며 제품이 도착했을 때 50%를 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거래의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100원짜리 물건을 사면서 50원을 더 내야 한다면, 누가 그걸 사겠냐며 현장에서는 원가 맞추려고 싸우는 입장인데, 이런 식이면 수출 접고 철수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한 두 번 겪은 일이 아니지만 이번엔 충격이 크다며 앞으로 납품량이 줄거나, 원자재값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고 어느 시점까지, 얼마나 올라갈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는 심정을 전했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 관세 이상의 불확실성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수출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 관세정책과 관련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정확한 정책 파악의 어려움'(41.8%)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물류비용 증가'(38.2%), '수출국 다변화 비용'(36.5%)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관세 인상은 미국으로의 직접 수출 타격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반의 공급 질서에도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향 수출은 지난해 말부터 관세 이슈로 완전히 멈췄다며 "문제는, 중국이 미국에 못 팔게 되자 남은 물량을 다른 나라에 '덤핑'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이 일본, 동남아 등으로 매달 10억 원가량 수출하던 알루미늄이 지금은 1원도 안 나간다며 주요 업체들 매출이 최대 50%까지 증발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소기업벤처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한국 중소기업의 철강 제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8% 감소했다. 알루미늄 제품도 7.6% 줄었다. 특히 2월까지만 해도 월간 9,000만 달러에 이르던 철강 수출액은 3월 7,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33% 가까운 급락세다. 관세 인상이 본격 적용되기 직전의 수치인 점을 고려하면, 4월 이후 집계되는 수치는 더 암울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반면 알루미늄은 2월 대비 3월 소폭 증가했지만, 이는 과거 주문 물량의 마지막 반영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응해 추경 예산 100억 원을 편성, 수출 규제 피해 기업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원보다 중요한 건 관세 자체를 낮추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영국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관세 인상 유예를 이끌어냈다며 한국도 '협상 카드'가 아예 없지 않다면, 보다 전략적이고 능동적인 협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기부 측도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와 긴밀히 협력 중이며, 전국 수출지원센터를 통해 실시간 피해 파악과 대응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미국의 관세 인상은 단순한 '세율 조정'이 아닌, 중소 수출기업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미국과의 직접 거래 중단은 물론, 중국 덤핑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글로벌 수출 환경을 완전히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방향성과 안정성 부재, 국제 정세의 갑작스러운 변화, 그리고 늦은 국내 대응, 3박자가 겹치며 중소기업들은 지금도 '관세 쇼크' 속에서 길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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