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가 나타났다… 20년 만에 서울 한복판에서 발견된 '한국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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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가 나타났다… 20년 만에 서울 한복판에서 발견된 '한국 물고기'

위키푸디 2025-06-06 12:5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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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쉬리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물 반 고기 반이라는 표현은 지금 청계천에 그대로 들어맞는다. 도심 한복판, 콘크리트로 덮여 있던 이 하천은 20년 전 물길을 다시 텄고, 지금은 쉬리까지 돌아왔다. 1999년 개봉한 영화 ‘쉬리’로 이름을 알린 그 물고기다. 청계천에서 쉬리가 발견됐다는 소식은 단순한 생태계 회복을 넘어선다. 한국 영화사와도 맞닿아 있는 이 물고기의 상징성은 시대를 관통한다.

한국 영화사 바꾼 쉬리, 도심 하천에 돌아왔다

쉬리 자료사진. / 국립중앙과학관
쉬리 자료사진. / 국립중앙과학관

쉬리(Coreoleuciscus splendidus)는 한국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 민물고기다. 몸길이는 10~15cm 정도이며, 체형은 전체적으로 길고, 뒤쪽은 약간 옆으로 납작하다. 등지느러미는 높고 곧게 솟아 있으며 꼬리지느러미는 끝이 안쪽으로 깊게 파여 있다. 입 주변에 수염은 없고, 몸통 중앙에는 주황색, 노란색, 검은색이 어우러진 가느다란 세로줄 무늬가 있다. 모든 지느러미에는 검은 반문이 나타나며, 특히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에는 불연속적인 검은 띠가 두 줄씩 자리하고, 뒷지느러미 기저부에도 검은 무늬가 있다.

주로 강원도, 경상북도 등 2급수 이상 맑은 하천에서 서식하며, 수질에 민감해 오염된 곳에선 거의 볼 수 없다. 자갈이 많이 깔린 맑은 중상류 여울에 주로 서식하고, 수서곤충이나 작은 동물을 먹고 산다. ‘청정 하천 지표종’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청계천에서 쉬리가 포착됐다는 건 물의 흐름과 생명이 다시 살아났다는 신호다.

이 물고기는 1999년 한국영화계에 큰 전환점을 가져온 작품 ‘쉬리’를 통해 대중에게 각인됐다. 김윤진,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이전까지 50만 관객만 넘겨도 뉴스에서 조명받던 한국 영화계에서 전례 없는 기록을 썼다. 전국 620만 명, 서울 24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 국내 상영작 최초로 500만 명, 그리고 600만 명 고지를 넘어섰다. ‘쉬리’의 성공 이후 ‘공동경비구역 JSA’,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왕의 남자’ 등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줄줄이 탄생했다. ‘쉬리’는 그 문을 연 작품이었다.

흥미로운 건 당시 많은 관객들이 영화 제목의 의미를 처음엔 몰랐다는 점이다. 물고기 이름이라는 정보는 영화가 흥행하며 점차 알려졌고, 이후 쉬리는 ‘극비 임무를 수행하는 존재’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토종 생명’의 은유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 상징성은 20년이 지난 지금 청계천에서 현실로 확인된 셈이다.

도심 하천에 돌아온 물고기들

청계천에서 발견된 물고기들. / 국립중앙과학관
청계천에서 발견된 물고기들. / 국립중앙과학관

청계천은 원래 자연하천이었다. 하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콘크리트로 덮이고 고가도로 아래로 숨어버렸다. 2003년부터 복원 공사가 시작됐고, 2005년 물길이 다시 열렸다. 도시 한가운데 묻혀 있던 하천이 다시 드러나면서 물이 흐르고 생물이 돌아오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2025년, 쉬리가 다시 발견됐다.

국립중앙과학관은 복원 20주년을 맞아 4월 29일부터 이틀간 청계천 담수어류 조사를 진행했다. 청계광장부터 중랑천과 합류하는 합수부까지 여섯 구간에서 투망으로 어류를 채집했다. 조사 결과는 지난달 26일 발표됐다. 포획된 물고기는 총 1238마리였다. 이 중 피라미가 절반을 넘었고, 참갈겨니·돌고기·버들치 같은 민감한 어종도 확인됐다. 쉬리는 관수교 근처 여울에서 포착됐다. 물이 맑고 흐름이 일정한 상류 구간이다.

쉬리 외에도 얼룩동사리, 참갈겨니처럼 한국 고유종 3종이 발견됐다. 쉬리는 한강, 금강, 삼척오십천 유역의 하천에 분포하는 종으로, 청계천에서의 발견은 기존 서식 분포 외 지점에서 이뤄진 기록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반면 블루길이나 배스 같은 외래종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관상용 어종도 없었다. 오염에 강한 붕어나 미꾸리가 대부분이던 2003년 조사 결과와는 확연히 달랐다. 20년 전과 비교해 서식 어종 자체가 바뀐 셈이다.

아이들에게도 열리는 '청계천'

쉬리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쉬리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청계천은 물고기만 사는 하천이 아니다. 사람들도 생태를 직접 경험하는 장소가 됐다. 지난달 10일, 청계천 중류 황학교 부근에서는 시민 대상 민물고기 탐사 교육이 열렸다. 동아사이언스의 어린이 과학잡지 ‘어린이과학동아’가 참여한 행사로, 탐사대에 선발된 아이들이 직접 물속에 들어가 투망을 던지고 민물고기를 채집했다.

아이들은 미꾸라지, 참붕어, 잉어 등을 직접 관찰하고 그림으로 기록했다. 쉬리처럼 보기 힘든 어종은 아니었지만, 손으로 물고기를 쥐고 움직임을 지켜보는 경험은 색다른 반응을 끌어냈다. 청계천 물속에 이런 생물이 산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는 말도 나왔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이번 조사 내용을 하반기 전시로 준비하고 있다. 포획된 어류와 생태 데이터를 정리해 시민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는 서울시에 전달돼 수질 점검과 생물 서식지 관리 자료로도 쓰인다. 올해를 시작으로 청계천 생물 조사는 계절별로 이어질 계획이다.

한편, 국립중앙과학관은 이번 조사에서 어류의 서식 위치와 개체 수를 분석해 청계천 구간별 수질 상태를 함께 점검하고 있다. 조사 결과, 쉬리는 상류 구간인 관수교 인근 여울에서만 발견됐다. 물이 흐르고 산소가 풍부한 구간이다. 중류와 하류에서는 피라미가 고르게 분포했고, 중랑천과 합류하는 하류 구간에서는 참붕어가 우세했다. 같은 하천이어도 구간에 따라 서식 어종이 뚜렷하게 갈렸다. 쉬리가 확인된 구간은 수온과 유속, 용존산소량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의미다. 청계천 전 구간이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지는 향후 정기 조사에서 더 확인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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